내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 아니, 바람을 피운다. 여자의 흔적을 찾으려 남편의 서재를 뒤졌다.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종일 ‘밀림’을 켜고, 햅틱 장갑을 끼고 노는 게 일인 남편의 서재는 막 이사를 왔다고 해도 믿을 만큼 휑하고 물건이라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공간과 리클라이너 소파, 5단 원목 서랍장이 전부다. 나와 달리 남편은 모든 것을 메타버스라는 가상에서 처리하길 좋아한다. 친목, 쇼핑, 심지어 섹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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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직원들은 누구나 하나씩은 비밀 계정을 갖고 있다. 사생활을 침범당해 괜한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비밀 계정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었다. 결혼한 후배 녀석이 다른 팀 독신녀와 몰래 밀림에서 부부의 연을 맺는 걸 알았어도 모르는 척하는 게 매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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