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피가 기억하는 충무로는 어떤 곳이었나요?
A. 저는 상업영화 현장에서 스크립터로 일을 시작했어요. 한국영화의 중흥기에 발을 담근 마지막 충무로 세대이자 필름 제작 끝점, 디지털 제작 시작점에 있었어요.
스크립터로 일할 땐 현장에서만 느끼는 짜릿함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했던 것들이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플레이 되는 짜릿함! 신중하게 한 피스, 한 피스씩 퍼즐을 맞춰 새로운 세계를 완성하는 느낌이랄까요?
Q. 영화 제작 현장의 다양한 경험을 하신 것 같아요.
A. 어느 순간부터 영화의 처음과 끝을 관장하고,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제작 전반을 챙기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아직 못이룬 제작자의 꿈 ), 기획, 프로듀서로 크레딧을 올린 한편의 영화와 프로듀서로 크레딧을 올린 또 한편의 영화를 만들었어요. 극장에서 관객의 리액션 하나하나에 숨죽였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영화제 스탭으로 일을 하기도 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장편영화 코디네이터란 이름으로 장편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을 시나리오 과정에서부터 영화를 개봉할 때까지 여러모로 도왔어요.
이렇게 적고 보니, 배운게 도둑질(?!) 밖에 없네요. 하하하.
Q. 영화 현장을 떠나 안전가옥으로 오는데까지,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A. 제 인생의 큰 변화가 생겨서 일을 잠시동안 멈춰야만 했어요. 영화를 만드는 일을 그리워만 하고 있다가 비슷한 시점에 감독 친구와 헤드헌터를 통해 안전가옥을 알게 되었어요.
‘안전가옥’ 이라는 회사 이름에서 느껴지는 포스와 느낌, 출간된 도서와 특색있는 공모전에서 매력을 느꼈구요. 무엇보다 제 남편이 안전가옥에서 일하는 것을 두손 들고 환영했어요.
모든 이야기의 안식처 - 안전가옥
이 캐치 프레이즈가 마음을 흔들었어요.
영화를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이 필름처럼 촤라락 떠오르더라구요. 수많은 좌절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에 착수하는 기쁜 순간, 이야기의 방향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영화를 만드는 고뇌의 시간, 우리 영화의 반짝임을 잃지 않고 관객과 만나는 순간까지요.
그 동안의 노력과 고생을 모든 이야기의 안식처-안전가옥 이란 문장으로 토닥토닥 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안전가옥에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지원을 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아자!!!!
Q. 스토리 PD 소피가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요?
A. 이야기를 하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자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해요. 그게 삶이랑 맞닿아 있으니 우리 모두는 좋은 이야기를 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안전가옥의 스토리 PD로서 지금, 여기, 우리에게 ‘좋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고민하고, 좋은 창작자와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좋은 이야기는 일상의 활력소가 되기도, 누군가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끌어올릴 수도, 미처 몰랐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기도, 세상이 살만하다는 위로를 주기도,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을 하게 하기도 하잖아요!
좋은 창작자에 신뢰를 가지고, 그가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이야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 생동감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좋은 이야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창한 믿음이 있거든요.
제가 경험했던 영화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영화, 드라마로 확장성 있는 이야기를 개발하고 싶어요. 트렌드를 잘 파악하여 킬러(!) 컨텐츠를 만드는 것, 나아가 누군가의 ‘인생작’이 될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저의 최종적인 목표예요.
Q. 이야기를 고민하다 잠시 쉴땐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요?
A. 언택트 시대이고, 아들이 이제 곧 두 돌이라(= 구급차 매니아!) 사적인 모든 시간을 아들, 남편과 함께 뛰어 놀고 있습니다. 와아아아아 소리 지르면서 말이죠. 해해해해..행복합니다. 조만간 생기는 추방( 안전가옥의 좋은 휴가 시스템)에서 혼자 훌쩍 떠나보려고 합니다. (할 수 있을까 싶지만.. )
Q. 아마 영화 속 대사일 것 같은데요. 소피 명함에 들어있는 ‘작품 속 한 줄’은 무엇인가요?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1번 조건은 좋은 사람일거야!’라는 믿음이 있어요.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는 건 물론이고 내가 아직 만나지 못한 좋은 사람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영화 <트럼보>를 보면서 이런 제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대사를 발견했어요.
There’s a good story in there, somewhere.
- 영화 <Trumbo>
스토리 PD로서 좋은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창작자를 끊임없이 찾고, 창작자의 세계를 지지하며, 반짝임을 끌어내어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머리는 차갑고, 마음은 따뜻한 안전가옥 멤버들과 함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