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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Jojo

직함
기획 PD
입사
2022/01/11
연락처
jojo@safehouse.kr
명함 속 한 줄
“왜 우리는 처음을 두려워하죠? 인생에선 매일이 처음인데요.” -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머리색 바꾸는 걸 좋아해요. 지금은 또 다른 색이고요, 다음엔 또 다른 색일 겁니다 ㅎㅎ
Q. 안녕하세요 조조! 현직(!) 소설가를 멤버로 만나게 되네요.
A. 평생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시간을 한국 문학의 열렬한 독자로 살았고, ‘자연스럽게’ 창작자가 되기를 꿈꿨어요. 무수한 탈락과 거절의 고배 끝에 2012년부터 직업 소설가로서 글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가 느끼는 자연스러움이 보편적인 건 아니더라고요. 시간이 갈수록 창작에 대한 욕구 자체가 재능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타고난 광채가 아니라 꺼트리지 않도록 보살펴야 하는 불씨로서의 재능을 소중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번도 전업 소설가는 아니었고, 10년 가까이 영화 산업 끄트머리의 노동자로 살았어요. 영화제 사무국 직원, 영화배급사 직원, 프리랜서 마케터 생활 등을 거쳐 직전에는 영화 홍보 마케팅 대행사에서 홍보 마케터로 일했어요. 영화라는 콘텐츠가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함께 했습니다.
광고물(포스터, 예고편, 전단 등)을 기획하고, 홍보물(보도자료, 인터뷰, 메이킹 등)도 만들고, 각종 행사(시사회, 쇼케이스, 무대인사 등)도 운영하고, 프로모션도 하고 이벤트도 하고... 나열하려니 새삼스럽게 정말 구구절절하네요
Q. 소설가이자 영화 마케터였네요. 그리고 다음 행선지가 안전가옥이 되었군요.
A. 이전부터 안전가옥의 행보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어요. 처음엔 장르를 기반으로 한 작가들을 위한 살롱인가 싶었는데, 스토리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으로 사업 방향을 확장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성장해나가고 무슨 일을 벌일까 궁금했죠. 안전가옥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니었어요. 기존에 하던 일에서도 나름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로 극장영화 산업의 전반이 흔들리게 되었고, 몸 담고 있는 업계에 대한 희망찬(?)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어요. 그러던 와중 친구가 안전가옥의 채용 공고를 보고 “저기 네가 가면 딱이다”라고 추천해주었는데, 이야기의 시작부터 함께 고민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끌렸어요.
영화 마케팅은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어느 정도 포장해서 내어놓는 일을 하기 때문에 때때로 현타를 맞을 때가 있거든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와서 아등바등 애를 쓰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애를 써볼 기회조차 없어서 힘이 빠지기도 했죠. 안전가옥이 지향하는 프로세스 안에서는 적어도 그런 일이 덜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Q. 조조의 업무, 영화시장의 기획 PD와는 다를 것 같은데요. 안전가옥의 기획 PD는 어떤 일을 하나요?
A. 안전가옥에서 기획 PD로 일하고 있어요. 입사 직후에 주변에서 “안전가옥이 뭐 하는 곳이야?”, “넌 거기서 뭘 하는데?”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서 SNS에 이에 대한 답변처럼 소개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그때의 글에 지금까지 일한 경험과 앞으로 일하고 싶은 방향을 더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어요.
안전가옥의 기획 PD는 안전가옥이 창작자와 함께 만든 이야기가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갈지, 어떤 파트너를 만날지, 어떻게 향유자에게 다가갈지를 고민합니다. 방법을 찾고, 해야 할 일을 정해 움직입니다. 이 과정에서 안전가옥 내부의 동료와 외부의 파트너들과 적극 소통합니다. 또한 이 모든 일을 양방향으로 합니다. 향유자들이 원하는, 파트너들이 기다리는,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안전가옥과 함께하는 창작자들에게 전달합니다.
콘텐츠가 세상에 나가는 과정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제가 이전에 하던 일과 닮아 있지만, 그 고민과 소통 그리고 행동의 방향이 양방향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기획 PD 업무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Q. 소문난(?) 차 애호가신데, 어떻게 차와 사랑에 빠지게 되셨나요?
A. 차 마시는 시간을 좋아해요. 차라는 음료 자체나 마시는 행위뿐만 아니라 차를 마시겠다고 생각하는 것, 차를 마시는 시간을 내는 것, 다구와 다기를 쓰는 것, 함께 차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면 대화를 나누는 것까지요. 이전에는 홍차를 주로 마셨는데, 안전가옥 입사 시기에 보이차의 매력에 빠졌어요. 운영멤버 중에도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같이 차 마시는 소모임을 만들려고 준비 중이에요.
Q. 안전가옥 멤버들은 명함에 저마다 다른 ‘작품 속 한 줄’을 적죠! 조조 명함에 들어있는 ‘작품 속 한 줄’은 무엇인가요?
왜 우리는 처음을 두려워하죠? 인생에선 매일이 처음인데요. -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
사랑하는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서 가져왔어요. 원문은 이런 대사예요.
“Why are we afraid of the first time? Every day in life is a first time. Every morning is new. We never live the same day twice. We're never afraid of getting up every morning. Why?”
삶에서 딱 한 번뿐인 모든 순간을 두려움 보다는 새로움으로 받아들이면 많은 것들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결혼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대만의 한 가족이 겪는 한 시절을 담은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은 모든 장면에 삶에 대한 감독의 통찰이 담겨 있어서 되새기고 곱씹을 수록 긴 여운이 남는 작품이에요.
이 영화가 2018년에 국내에서 재개봉할 때 홍보 마케팅을 맡았는데, 그 일은 저에게 두고두고 자랑으로 남을 것 같아요. 포스터 카피와 보도자료를 쓸 때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하는 과정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순간들을 안전가옥에서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아, 그리고 새 책 나왔어요. 많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