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gonna rain! - Bonnie P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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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빠진 애니메이션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이었고 그 다음은 ‘천공의 에스카플로네’였습니다. 에스카플로네에 대한 얘기도 언젠가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어쨌거나, 세 번째는 바로 ‘바람의 검심’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건 ‘바람의 검심: 추억편’ OVA이고 TV판 애니메이션은 그냥 그랬어요. 하지만 TV판은 오프닝과 엔딩을 장식한 곡들이 참 좋았죠. 그 중 하나가 ‘It’s gonna rain!’이에요. 처음 들었을 땐 챠오챠오 거려서 뭐라는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들을 수록 귀에 감기는 노래였어요. 특히 비 내리는 풍경이 이어지는 오프닝 영상이 좋았어요.
거기까지였어요. 그냥 재밌는 노래가 있구나 하는 정도. 그런데 몇 년 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고 이웃 지역의 대학에 있는 친구의 집에 갔더니 CD 한 장을 들려주더군요. 아, CD로 음악을 듣는다니, 지금 생각하니 참 아련하네요. 어쨌거나. 거기서 ‘It’s gonna rain!”이 흘러나온 겁니다. 저는 깜짝 놀라며 CD 케이스를 확인했죠. 이때는 일본어를 할 줄 알았으니 곧장 이걸 부른 사람을 검색했습니다. Bonnie Pink라는 빨간 머리의 싱어송라이터였어요.
이후 이 분의 곡을 찾아 이것저것 들어보는데.. 가끔 취향에 맞지 않는 것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건 아주 좋은 게 아니겠어요. 저는 곧 이 분의 앨범을 차곡차곡 모으게 됩니다. Bonnie Pink라는 이름과 처음 봤을 때의 이미지 때문에 제게는 저 빨간 머리가 심볼처럼 각인되어 버렸는데 빨간 머리는 잠시였을 뿐이더라고요. 아무튼.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Do you crush?’라는 곡이었습니다. 나른한 표정과 목소리로 무력감과 허무감이 묻어난 가사가 매력적이었어요. MV는 돌돌 말아서 꾹 짜면 나른함과 빨간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고요. 아쉽게도 유튜브에는 없네요.
사실 전 곡 하나하나 보다는 Bonnie Pink라는 아티스트의 변화가 더 눈에 띄었어요. 2000년 전후의 초기에는 치기 어린 20대의 저항감과 우울감이 잔뜩 묻어나다가(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쓴 맛을 이겨내기 위한 용기와 흥겨움을 노래하더니(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이제 삶을 쫓는게 아니라 옆에서 바라보는 시선에서 노래를 해요(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활동을 하는 예술가들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겠지만, 저의 좁고 좁은 취향의 영역 안에서는 Bonnie Pink의 변화가 굉장히 극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한 번 비교해 봅시다.
아쉽게도 Bonnie Pink는 2012년에 Chasing Hope라는 앨범을 낸 이후로는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최근에는 가끔 라이브를 하거나 드라마와 게임의 곡을 제작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최근에는 아마 육아에도 바쁘실 거 같고. 그렇다고 은퇴를 한 것도 아니고 가끔 신곡도 나오고는 하니 언젠가는 새로운 앨범 들고 나올 날이 있겠죠.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해도연
"2011년에 셀프리메이크 컨셉으로 앨범을 냈습니다. 자신의 과거 곡을 직접 새롭게 편곡한 건데 정말 달라진 모습에 취하게 되더라고요. 아쉽게도 유튜브에는 비교할 수 있는 소스가 없고 한 곡만 비디오와 함께 올라와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