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이두온x서미애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이자 ‘짝꿍’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짝꿍’은 장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기성 작가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함께 엮음으로써 장르문학의 오늘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프로젝트이다.
《짝꿍: 이두온×서미애》에서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거장 서미애 작가와 주목해야 할 신예 작가인 이두온 작가가 합을 맞추었다. 추리 전문 방송 작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수많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시나리오 등을 종횡무진하며 20년 넘는 시간 동안 스릴러 작품을 써온 서미애 작가와, 그런 그녀가 ‘괴물 같은 작가’라고 평한 이두온 작가가 공통의 키워드를 주제로 소설을 썼다.
‘십 대들의 범죄와 사적 복수’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모티브로 두 작가가 가진 차별화된 관점과 방향성이 담긴 두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인생의 정점을 찍은 순간 가파르게 몰락하는 학교 폭력 가해자를 치밀하게 묘사한 심리 스릴러(서미애의 <이렇게 자상한 복수>)와 삶의 중요한 목표를 상실한 십 대 소녀의 원인 제공자 납치극(이두온의 <더없이 중요한 시기>)은 삶의 어두운 구석을 일찍 발견해 버린 소년 소녀들의 상실감과 고뇌를 소상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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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목차
더없이 중요한 시기
이렇게 자상한 복수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작가 소개
이두온
작가. 장편소설 『시스터』 『타오르는 마음』이 있다. 2017년 교보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19년 『그 아이는 이제 없어』(원제 ‘시스터’, 문예춘추)가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서미애
1994년 스포츠 서울 신춘문예 추리소설 부문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이 당선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를 쓰는 장르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잘 자요 엄마〉〉 등의 장편과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등의 단편집이 있으며 〈〈인형의 정원〉〉으로 2009년 한국 추리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장편 〈〈잘 자요 엄마〉〉는 미국, 프랑스, 독일 등 16개국에서 출간되었으며 〈반가운 살인자〉, 〈남편을 죽이는 서른 가지 방법〉 등 다양한 작품들이 드라마와 영화,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단편 〈그녀의 취미생활〉이 곧 영화화될 예정이다.
한국 스릴러의 거장과 신예, 십 대의 잔인함을 해부하다
《짝꿍: 이두온×서미애》에서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거장 서미애 작가와 주목해야 할 신예 작가인 이두온 작가가 합을 맞추었다. 추리 전문 방송 작가로 15년 넘게 활동하면서 수많은 텔레비전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시나리오 등을 종횡무진하며 20년 넘는 시간 동안 스릴러 작품을 써온 서미애 작가와, 그런 그녀가 ‘괴물 같은 작가’라고 평한 이두온 작가가 공통의 키워드를 주제로 소설을 썼다. 그렇게 ‘십 대들의 범죄와 사적 복수’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모티브로 두 작가가 가진 차별화된 관점과 방향성이 담긴 두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한 인간이 극한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시기
생의 정점을 찍은 순간 가파르게 몰락하는 학교 폭력 가해자를 치밀하게 묘사한 심리 스릴러(서미애의 <이렇게 자상한 복수>)와 삶의 중요한 목표를 상실한 십 대 소녀의 원인 제공자 납치극(이두온의 <더없이 중요한 시기>)은 삶의 어두운 구석을 일찍 발견해 버린 소년 소녀들의 상실감과 고뇌를 소상히 보여준다./
<더없이 중요한 시기>의 두 중학생 태이와 예빈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원인 제공자에게 복수를 가하고자 힘을 모은다. 그들은 차를 탈취하기도 하고, 어른을 따돌리기 위해 문이 닫히기 일보직전인 지하철로 뛰어들기도 하며, 위험천만한 추격전을 펼친다. 안정된 미래를 위한 길이라며 중학생들의 등을 떠미는 부모들의 양육법에 제대로 반항한다.
<이렇게 자상한 복수>의 학교폭력 고발자의 사정은 더 내밀하고 깊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성공의 쾌감을 맛보고 있는 성호를 한순간에 내려앉게 만든 과거 스캔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를 정조준한 어떤 사람이 벼러 온 복수였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지극히 잔인하면서도 순수한 어떤 일이 벌어지곤 하는 장소가 학교임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복수라는 치밀한 사적 감정
두 소설은 ‘복수’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엄청난 증오를 불태워 어떤 일을 이루어내게 만드는 원동력인 이 복수심은 두 소설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더없이 중요한 시기>가 자신에게 해를 가한 어른에게 복수마저 아까워하는 냉정하다 못해 냉혈한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한 중학생 소녀를 그려내고 있다. 한편 <이렇게 자상한 복수>는 자신이 아닌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주인공에게 지구상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쳐 살아온 어떤 사람을 그린다. 이를 통해 의도치 않은 악행이 불러온 결과가 인과응보처럼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복수의 대상이 끝내 맞이할 나쁜 결말, 혹은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끌어내리기 위해 남몰래 준비해온 복수극의 서막을 궁금해 할 독자들이라면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점점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스릴러 소설들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짝꿍: 이두온×서미애》 속 이야기들은 말한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시절에 벌어지는 일들도 어른의 세계만큼 극악무도할 수 있음을, 꿈과 희망이 짓밟히고 어둠 속에 내몰린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잔인해질 수 있음을. 마지막 한 장을 넘길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 것.
책 속으로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 예정에 없던 임신이었다. 여자친구는 낙담했다. 애인의 가족들은 화를 냈다. 재우의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업은? 군대는? 당장 들어가 살 집은 있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집에 있는 그의 세 누나들이 안다면 재우는 멀쩡할 수 없을 것이다. 누나들은 그를 말로 죽이는 법을 알고 있었다.
p. 9 <더 없이 중요한 시기>
뒤에서 오는 차들이 그를 밀어버릴 것만 같았다. 유백색 가드레일도 답답하고 두렵게 느껴졌다. 태이는 자신이 미친 짓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핸들을 쥔 채 삼십여 분을 떨었을까. 고속도로 운전이 살짝 몸에 익을 즈음, 어떤 적막이 찾아왔다. 무섭도록 고요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선수 시절 컨디션이 좋을 때 간혹 느꼈던 감각을 떠올리게 했다. 주변이 지독하게 조용해지고, 자신의 숨소리만 들리지만 감각이 몇 배로 깨어 있는 듯한 쾌적한 상태. 트랙 위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지나치게 엑셀을 깊게 밟곤 했다.
p. 53 <더 없이 중요한 시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해야 되냐?”
“그 고민은 너의 몫이지. ……글 올린 사람부터 찾아봐.”
동욱의 말이 맞다. 글을 올린 사람을 찾아서…… 찾은 후에 뭘 어떻게 할 건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 제대로 수습하지 않으면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야지.
p. 130 <이렇게 자상한 복수>
변명을 해봐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사과문이니 해명이니 부질없다는 생각이었다. 한편으로 억울한 마음도 있었다. 영서를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죽음을 선택한 건 그의 몫이다. 그것까지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건 과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이 먹히기나 할까, 그냥 소나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 어설프게 ‘여기까지는 나의 잘못이고 이건 아닌 것 같네요’라고 따지다가는 영원히 매장되고 말 것이다.
p. 139 <이렇게 자상한 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