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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발행일
2021/06/11
장르
추리/미스터리
로맨스
분류
오리지널
바로가기
http://aladin.kr/p/XPOuD
보도자료
[보도자료]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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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나 뱀파이어야. 괴물이라는 소리야."
"괜찮아. 나도 괴물이야."
그들은 모두 혼자였다. 하지만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혼자였다. 외로움에 온몸이 잠식되어 무감하게 살아가는 수연. 머나먼 타국으로 입양되어 고독한 이방인이 되어 버린 완다. 단 한 번도 가족의 도움을 받아 보지 못한 ‘착한 딸’ 난주. 어느 날 문득, 그 존재가 그들의 눈앞에 운명처럼 나타난다. 외로운 사람의 피를 알아보고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뱀파이어. 소름 끼치게 아름답고 매혹적인 그 존재는 수연, 완다, 난주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마는데….

지금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9p
작가의 말 · 297p
프로듀서의 말 · 300p

작가 소개

천선란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장편소설 《천 개의 파랑》, 《무너진 다리》,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을 썼다. 모호한 소설을 쓰고 있다.
대표작 : 《천 개의 파랑》

뱀파이어는 지독한 저주인가 완벽한 구원인가

“뱀파이어야. 이 사람들을 죽인 범인, 인간이 아니고 뱀파이어라고.”
인천 구시가지에 위치한 철마재활병원. 재개발을 앞두고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가운데, 치매나 불구 환자들이 대부분인 이 병원에서 연쇄 자살이 일어난다. 벌써 네 번째.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한 형사 수연은 내막을 파헤쳐 보려 한다. 아무리 유서가 발견되었다고 해도 찜찜한 기분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밤늦게 단서를 찾으러 간 현장에서 수연은 자신보다 먼저 찾아온 손님을 맞닥뜨린다. 중년의 여자 완다. 완다는 ‘누군가를 잡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이 사건의 범인은 형사의 관할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범인이 누구냐고 캐묻는 수연에게 완다는 믿지 못하겠지만 범인은 ‘인간이 아니고 뱀파이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한다면 목덜미나 어깨에 두 개의 구멍이 있는지 잘 찾아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죽음이 계속될 거라는 듯.
그리고 철마재활병원 7층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난주. 그녀는 가족이라는 짐을 짊어지고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빚 독촉에 시달리며 마약성 약물을 빼돌려 불법적으로 푼돈을 버는 일상에 갇혀 버렸다. 그저 착하고 성실한 딸로 살아왔을 뿐인데 어느새 그렇게 되었다. 이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날 수는 있을지, 이런 인생인데도 계속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지, 깊은 절망에 빠져 있던 난주의 앞에 인간이 아닌 존재, 뱀파이어가 나타난다. 그는 자신이 난주를 구해 줄 수 있다고, 난주가 자신에게 손을 내밀면 기꺼이 그 손을 잡아 주겠노라고 속삭였다. 지독하게 완벽한 그 존재 앞에서 난주는 차마 거절의 말을 뱉지 못했다.
완다는 어쩌다가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며 뱀파이어 헌터가 되었을까. 난주는 철마재활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흉흉한 일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그리고 수연은 왜 하필 이 기묘한 사건에 말려들고 말았을까. 그 미스터리한 비밀의 실체가 우리 눈앞에 서서히 펼쳐진다.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작가가 뱀파이어 로맨스로 돌아왔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는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SF어워드 2020 장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천 개의 파랑》, 《어떤 물질의 사랑》 등으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SF 작가 천선란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장편소설이다. “외로운 사람의 피 맛을 알아보는 뱀파이어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는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되었을까.
지금까지 페미니즘, 소외 계층 등 사회문제를 소설에 계속 반영해 왔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뱀파이어라는 비주류의 존재가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이해되는지를 절묘하게 드러낸다. 작가가 독자에게 보여 주고자 한 것은 타자화되지 않은 뱀파이어라는 존재, 뱀파이어가 견뎌야만 하는 현실과 시간 그 자체다. 생존을 위해 피를 마셔야 한다는 이유로 배척당해야 했던 존재, 죽지도 않고 인간보다 훨씬 긴 시간을 감당해야 하는 존재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곳곳에 엿보인다.
고립을 강요당했던 뱀파이어가 살아남기 위해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헤맨다는 설정 또한 흥미롭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연과 완다, 난주는 사회로부터, 국가로부터,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거나 잊힌 존재다. 제대로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혼자인 게 당연한, 사람에게서 치유받지 못하고 사람 때문에 거듭 고통을 겪어야 했던 그들이 뱀파이어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흐름이다. 이런 설정을 통해 작가는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무언가를 어떤 이유로든 이런 식으로 내버려 두고 외면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하고 묻는 듯하다.
이 소설은 수연, 완다, 난주를 비롯해 릴리와 울란, 그레타 등 각각의 캐릭터의 관점에서 다채롭게 해석하며 감정과 여운을 느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좇으며, 그다음에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며, 또 그다음에는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을 찾아내며, 이 매혹적인 소설의 세계에 흠뻑 빠져 보기를 권한다.

책 속으로

“믿지 못할 테니까. 내가 아무리 말해 봤자 형사님은 믿지 못할 게 분명하니까. 그리고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왜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하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 전 그런 취급 안 해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수연을 완다가 꽤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완다는 아까와 같은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수연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수연은 방금 내뱉은 말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뱀파이어야.”
이 여자는 미친 사람이 분명했으므로.
“이 사람들을 죽인 범인, 인간이 아니고 뱀파이어라고.”
p. 22-23
“뱀파이어를 만난 인간은 행복해져. 그들의 주특기거든. 꽃이 나비를 위해 아름답듯이 뱀파이어는 인간을 위해 아름다워. 지옥에 있는 천사 같달까.”
p. 59
아주 사소하고 다양한 이유가 쌓이고 쌓여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고들 한다.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나열할 수 없을 때, 가끔 본인조차 그것을 구분해 낼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이유 없이 좋다’라고 말한다고. 클리에는 그 말을 하며 완다가 이유 없이 좋았다고 말했다. 모리스가 이유 없이 마음에 들어 모리스와 결혼하게 된 것처럼, 저 먼 곳에서 살고 있는 완다의 사진을 보자마자 이유 없이 사랑에 빠졌다고.
p. 97
“외로움과 고독 끝에 몰린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잊었다고 해야 할지 소용없는 걸 안다고 해야 할지. 영혼 없는 눈동자로 허공만 바라보며 하루를 까먹지.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 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의욕을 잃은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운다고 속이 시원해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렇게 울지 않으면 몸속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해. 그 수분 때문에 피가 아주 묽어지는 거지. 잘 숙성된 적포도주처럼.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서 그 고독한 피의 향을 맡을 수 있어.”
p. 118
난주는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을 생생히 기억했다. 고시원에서 그 일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그때도 지금처럼 기척이 없었다. 복도에 그가 서 있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았으니까. 낯선 사람이 자신의 범죄 행위를 봤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보다도, 그가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어디에서 왔을까. 이 도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그는 다음 날도 병원 근처를 맴돌았다. 난주는 며칠 동안 그가 자신을 신고하지 않을까 초조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그 노파심은 사그라졌고 그가 오기만을 매일같이 기다리게 되었다. 그는 지겨웠던 난주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 아름다운 장미였다. 일을 마치면 그를 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하루를 견딜 수 있었다. 그의 존재는 그 아름다움만으로 충분했다.
p. 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