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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발행일
2021/08/27
장르
판타지
로맨스
SF
분류
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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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842Ok
보도자료
[보도자료] 머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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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드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마음이 순식간에 목 끝까지 튀어 오르고,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빛이 켜진 것만 같은 순간,
시각과 언어 너머로 도달할 수 있는 데까지 걸어가는 두 존재의 공명

지금 《머드》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1부 완벽한 연결
2부 구속
3부 도피
4부 붕괴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작가 소개

이종산

관 만드는 여자와 드라큘라가 동물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코끼리는 안녕》으로 2012년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에 두 번째 장편소설 《게으른 삶》, 2019년에 세 번째 장편소설 《커스터머》를 출간했다. 《머드》는 이종산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에세이로는 식물과 교감하며 우울을 통과한 시간을 담은 《식물을 기르기엔 난 너무 게을러》가 있고, 현재 연애소설과 장르문학을 주제로 한 글들을 연재하고 있다.

책 소개

언어와 시각에 의존한 오늘날의 사랑에서 어쩐지 소외되어 있는 보니. 가까운 친구도, 편한 식구도 없이, 이따금 식물에게 제 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는, 보통의 관점에서 확실히 외로운 존재다. 고요한 밤, 그런 그에게 생소한 존재의 진동이 찾아온다. 찬장 위의 컵이 흔들리고, 창문은 요란하게 덜컹거리며, 깨질 것은 모두 깨진다. 다른 두 존재의 공명, 그 격렬한 감정과 환희의 거센 파도 속으로 보니는 망설이지도 않고 걸어 들어간다. 《머드》는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두려운 속에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응원하는 기분으로 보니의 여정에 동행하게 되는 신비로운 에너지가 가득한 소설이다.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마음이 순식간에 목 끝까지 튀어 오르고, 눈이 멀 정도로 눈부신 빛이 켜진 것만 같은 순간. 같은 외로움을 가진 두 존재의 공명.

'물속에서 살다가 육지로 이주해 터를 단단히 잡고 다른 종의 사랑도 필요로 하지 않은 채 그 오랜 세월 동안 음지에서 번성한 식물이 이끼다. 그러니 보니가 자신을 이끼에 비유하는 것은 자학이 아니라 부끄러울 정도로 자부심이 넘치는 일이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지역의 유명한 사립 식물원 ‘햇살과 그림자 정원’에서 태어나 자란 보니는 어릴 때부터 심한 환청에 시달려 사람보다는 정원의 식물들을 친구로 삼고 살아온 외로운 소녀다. 보니가 스무 살이 되던 해의 어느 날 보니의 아빠는 정원에서 일하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보니는 장례식이 열리기 전날 밤 집에 혼자 있다가 집안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지진이라니! 이렇게 죽는 건가?’ 그런데 진동이 수상하다. 그냥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진동에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진동에 담긴 메시지는 자신에게 오라는 것. 자신을 부르는 진동을 홀린 듯 따라간 보니는 윗층 방에서 진흙덩어리처럼 생긴 괴상한 생물체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도와줘.》 외계에서 온 괴상한 생물체 ‘그것’(머드)는 자신이 기다리는 동료가 올 때까지만 집에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보니가 ‘그것’이 자신의 집에 임시로 머무는 것을 허락하면서 외로운 두 존재의 괴상한 동거가 시작된다.

사랑의 시작부터 파국으로 이르는 끝까지.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모든 물체는 자신만의 고유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진동수와 똑같은 진동수를 가진 음파가 와서 부딪히면 그 물체는 같은 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한다.”
유전자 변형이 가능해진 세계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신체를 커스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커스터머》를 세상에 내놓았던 이종산이 새로운 사랑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먼 행성에서 온 괴상한 생물체와의 사랑을 담아낸 《머드》는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외계인과의 사랑(혹은 우정)은 왜 그리 쉽게 해피엔딩으로 끝날까?’라는 작가의 의문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같은 종인 사람끼리의 만남도 파국으로 치달을 때가 많은데, 사람과 외계인의 만남은 오죽할까? 《머드》의 주인공 보니는 진동으로 소통하는 외계인 머드를 만나고 처음에는 그 새로운 존재와의 만남에서 경험하는 색다른 감각에 전율을 느끼지만, 머드의 진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보니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머드》는 사랑의 시작부터 파국으로 이르는 끝까지, 사랑의 과정을 파헤치며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를 탐구한다. 자신과 너무나 다른 존재인 외계인 머드와의 사랑은 보니를 행복하게도 하지만, 밧줄에 거꾸로 매달려 사는 것 같은 괴로움도 경험하게 한다. 지옥 같은 사랑 속에서 구원처럼 나타난 주을과의 만남에서 보니는 새로운 질문을 시작한다. ‘둘 혹은 둘 이상의 존재를 동시에 사랑할 수도 있는 걸까?’

나 아닌 존재의 침입으로 드디어 풍요로워진 나라는 세계

보니는 첫사랑을 통과하며 다른 존재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지만, 사랑의 끝에서 진정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이 이제껏 어떤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수다스러운 사람인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얼마나 독점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욕망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자신이 가진 상처와 욕망을 이해한 보니는 비로소 자신 외의 존재들을 똑바로 마주하기 시작한다. 《머드》가 사랑에 관한 소설이면서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한 인간의 성장 서사이기도 한 것은, 인간은 사랑을 통해 성장한다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경계를 넘는 사랑, 경계를 넘는 몸

이종산은 유전자 변형이 가능한 세계에서 자신의 신체를 바꾸는 인물들의 이야기인 SF소설 《커스터머》를 통해 경계를 넘는 몸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머드》에서는 인간의 기술력 안에서 가능한 신체 변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인간의 모습이든 모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동·식물의 외형으로도 자신의 몸을 바꿀 수 있는 외계인 머드를 주요 인물로 내세우면서 인간의 몸이 가진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신체에 관한 새로운 탐구를 보여준다. 오직 진동으로만 감각하는 외계인 머드에게 인간이 가진 미적인 기준이나 신체적 성별은 큰 의미가 없다. 머드는 기분에 따라 여성이나 남성이 되기도 하고, 무성이 되기도 한다. 그런 머드를 사랑하는 보니에게 주을이 자신과 같은 성별인 여성이라는 사실은 사랑의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보니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자신의 욕망을 자극하는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누구인가이다. 여기까지 동의한 독자에게 작가는 폴리아모리 공동체를 이끄는 주을이라는 인물을 내밀며 사랑의 경계에 대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진다.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일까? 여러 대상에게 동시에 욕망을 느낀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경계에 관한 여러 질문들을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보니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독자는 어느 새 사랑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경계를 넘어가 새로운 곳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등장이 요란하기도 하지, 내 사랑.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또 미워하는 너. 그것의 진동이 방 안을 꽉 채우자 물건들이 흔들린다. 목소리는 달아나기 바쁘다. 목소리가 떠나자 경직이 서서히 풀린다. 보니는 쓰러졌던 몸을 일으켜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더듬어 찾는다. 초에 다시 불이 붙고 촛농으로 얼룩진 작은 괴물이 다시 나타난다. 그 주변에는 글자들이 그려져 있다. 분홍색 설탕 글자들이다. MY MUD MONSTER(마이 머드 몬스터).
p. 10
어두운 방 한가운데에 뭔가가 있었다. 보니는 한발 물러나 그것을 관찰했다. 복도 전등에서 나온 불빛이 희미하게 방 안을 밝혔다. 무언가가 너울거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윤곽만 보였다. 그것은 천장에 닿을 만큼 컸고 몸의 움직임이 오징어처럼 유연했다. 방 안은 진동으로 꽉 차서 무겁게 울렸다. 그 안으로 한 발자국만 들어가도 묵직한 진동에 질식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것이 더 잘 보였다. 그것은 진 흙 반죽처럼 매끄러운 피부를 갖고 있었다. 그걸 피부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p. 20
보니는 예전부터 섹스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상상해 보고는 했다. 성적인 행위가 소문만큼 그렇게 기분을 좋아지게 할지 궁금했다. 자위보다 훨씬 더 좋을지 어떨지. 그러나 애인은커녕 친구도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여태껏 타인과의 접촉이 어떤 느낌인지 알 기회는 보니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것이 자신의 몸을 감는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건 성적인 접촉이었다.
p. 44~45
진동 속에서 보니는 그것과 일체가 되었다. ‘그것–나’는 미치도록 권태롭다. ‘그것–나’는 너무나 외롭고 고립감을 느낀다. ‘그것–나’는 자신과 같은 존재들에 하루 종일 둘러싸여 있고, 쉴 새 없이 진동을 주고받지만 자신에게 진짜로 의미 있는 존재는 없다고 느낀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그것–나’는 절망에 차서 생각한다. ⦅여기에는 나와 비슷한 존재가 아무도 없어. 사랑할 존재가 없어. 너무 외로워 미칠 것 같아.⦆ ‘그것–나’는 다른 존재들에게 들리지 않게 은밀한 비명을 지른다.
p. 77
보니는 주을과 함께 웃었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가 함께 울리는 진동이 낯설고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주택 단지는 어떤 공동체인지, 공동체를 만들 때의 포부는 무엇이었는지, 엄마와는 어떤 관계인지, 왜 선물을 보낸 건지. 여러 의문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냥 말을 삼켰다. 오랫동안 말하는 즐거움을 잊고 살았다. 말하고, 듣고, 묻고, 대답하는 즐거움을. 나무나 그것과도 대화를 나눴지만 거리낌 없이 몸의 발성 기관을 사용해서 말하는 일에는 특별한 쾌감이 있었다. 이 사람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더 많이 말 하고, 더 많이 웃고 싶었다. 벤치에서 일어났을 때 주을이 보니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웠다. 따뜻하고 단단한 팔이었다. 더운 날이라 주을의 팔은 땀으로 미끈거렸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았지만 보니는 주을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 가까이 있으면 몸의 진동으로 서로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것과 있을 때와는 달랐다.
p.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