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안의 세계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출간!
가장 안전해 보이던 식물의 공격, 전복적 스릴러
‘장르 전문 스토리 프로덕션’ 안전가옥이 선보이는 새로운 라인업 ‘노크’의 세 번째 작품.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안전가옥의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이자, 이서도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다. 《초록 안의 세계》는 우리 옆에 조용히 존재하던, 때로는 존재하는지조차 잊어버리는 식물들의 습격으로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는 전복적인 설정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식물을 피해 숨어든 가정이나 학교조차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정작 인간 자신들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전개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독자들까지 숨 죽이게 하며, 끝을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지금 《초록 안의 세계》를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초록 안의 세계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작가 소개
이서도
2022 SF 오디오 스토리 어워즈에서 〈데드, 스투키〉로 우수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삶은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는 모호함 속에 있다고 생각하며, 뒤엉킨 순간을 쓰고자 한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지옥을 발견하는 디스토피아 소설
실력 있는 피아니스트였지만 지금은 피아노 학원에서 일하는 연서. 평범한 하루의 끝인 퇴근 무렵, ‘식물의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니, 남부 지역으로 대피하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받는다. 혼란스러워할 틈도 없이, 꿈틀거리며 다가온 식물에게 동료가 희생되는 모습을 목도한다. 그렇게,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던 재난이 연서의 삶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식물의 공격을 피해 돌아간 집에서도, 안전한 보호소라고 하는 학교에서도 잔인하고 냉혹해진 현실이 기다린다. 바깥은 두려운 미로였지만 안은 지옥이었다, 바로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지옥.
지금까지는 가장 안전해 보이던 식물의 공격 앞에, 인간들은 마치 그동안 보아 오던 식물처럼 무력해진다. 그리고 잔인해진다.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기심이 또 다른 지옥,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지옥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서는 그 안에서 주저앉지 않는다. 이미 그 전부터 재난과도 같았던 삶, 슬픔과 좌절 속에 자신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결심은 역설적으로 그 재난 속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주고 함께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다시,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초록 안의 세계》가 펼쳐 보이는 세상이 독자들에게 생생한 두려움을 선사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평온함을 느껴 왔던 ‘식물’이 가장 공포스러운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늘 조용히 옆에 있어 주고, 그래서 한 번도 의심해 보지 않았던 존재의 배신은 무엇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신을 깨고 극복하려는 것이 진정한 용기일 것이다. 《초록 안의 세계》에서 이서도 작가는 상상할 수 없는 재난보다는 막막한 현실에 주저앉지 않을,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찾는 사람들을 그려 내려 했을 것이다.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출간!
범죄, SF, 판타지, 하이틴 스릴러까지,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세상 모든 스릴러, 노크 시리즈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안전가옥은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을 통해 총 여덟 명의 신인 작가를 선정했다. 단독으로 소설 단행본을 출간한 적이 없는 작가가 대상이었으며, 무엇보다 참신한 스릴러 작품들만을 선별했다. 스릴러 장르의 대가 서미애 작가의 특강과 안전가옥 스토리PD들과의 멘토링, 현직 작가들의 스릴러 작법 특강 등이 이어졌다.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품고 있던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신선한 플롯은 이 과정을 통해 좀 더 짜임새 있고 선명한 스토리라인으로 발전되었다.
노크 시리즈로 선보이는 작품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티프를 가장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분위기로 확장하는 스릴러 소설들이다. 대리운전, 학교 폭력, 바다, 식물, 지하철, 기후위기, 초파리, 휴가와 같이 평범한 소재가 한순간에 우리 일상을 위험에 빠트리는 요소로 뒤바뀌면서 독자들을 한층 더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범죄 스릴러, SF 스릴러, 판타지 스릴러, 하이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한 신인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스토리텔링이 장르 소설 독자들의 서가를 ‘노크’한다.
책 속으로
비틀거리며 나아가던 식물은 최 선생님에게 닿자마자 에워싸기 시작했다. 몇몇 가지는 최 선생님의 옷가지 속으로 기어들어 피부에 다닥다닥 달라붙었다. 하얗게 질려 있던 피부는 점차 초록색 잎으로 덮여 가고 꺽꺽, 무언가 소리를 내려고 벙긋대던 입술 사이도 금세 가려졌다. 연서는 제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p. 24
“지옥. 그래, 바깥은 지옥이에요.”
무엇이 웃긴지 흐흐, 웃으며 말했고 그러다 다시 연서와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요. 생각해 보니까, 바깥이 지옥인 게 아니라 사람이 지옥이에요. 진짜 끔찍해요. 남자는 말을 이었고, 연서는 남자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p. 76
식물이다. 내가 뒤를 돌기도 전에 식물이 나를 감싸 왔다. 어딘가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공중으로 뻗은 식물이 내 얼굴에 닿아 눈과 코와 입을 모조리 감싸 세상에서 없애 버릴 작정이다, 연서는 확신했다. 나는 곧 죽는다. 단오도 죽었고, 이제 내 차례다.
p. 98
“결국엔, 글쎄… 살아졌어. 이렇게 살아 있어.”
연서는 창문에 비친 자신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바라봤다. 살아 있는 자신이었다. 결국에 살아난 자신의 표정에서 절망이 점차 옅어졌다.
p. 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