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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발행일
2021/05/31
장르
판타지
로맨스
분류
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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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aladin.kr/p/tPkDb
보도자료
[보도자료] 재와 물거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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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물거품

인어는 물거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마녀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여덟 번째 작품, 김청귤 작가의 경장편 《재와 물거품》은 안전가옥에서 주최한 2019년 여름 원천 스토리 공모전의 수상작이다. 약 1년 6개월 동안 치열한 개작을 거친 이야기는 동화 《인어 공주》 모티프와 퀴어 로맨스의 결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바로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 냄으로써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평생토록 오직 섬마을을 위해 봉사하라는 요구를 받아 왔던 무녀 마리와 섬사람들을 보살피는 존재인 인어 수아는 사랑에 빠질 때마다 각각 재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두 주인공이 서로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무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의 원천이자 불행의 근원이며, 파멸의 원인이자 변화의 동인이 되는 사랑의 다양한 얼굴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재와 물거품》을 만나보려면?

종이책

목차

재와 물거품 · 6p
작가의 말 · 168p
프로듀서의 말 · 172p

작가 소개

김청귤

아주 오랫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글을 쓰고 싶은 사람.
2019 여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2019) 수상
2019 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2019) 수상

줄거리

섬사람들을 대신해 바다에 기원을 올리는 무녀, 마리는 아름다운 인어 수아에게 매료되어 가까이 가려다 바다에 빠진다. 마리를 구한 수아는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함에도 호기심 어린 태도와 다정한 면모로 마리를 사로잡는다. 늘 혼자였던 두 존재가 애틋하게 가까워지는 사이 섬에는 ‘무녀와 요괴가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됐다’라는 소문이 퍼지고, 태풍이 불어닥쳐 마을에 큰 피해가 생기자 섬사람들은 비난의 화살을 마리와 수아에게 돌린다. 마리를 태울 장작불과 수아를 찌를 작살이 마련된 그때부터 진정한 사랑을 향한 둘의 오랜 여정이 시작된다.

책 속으로

직일 때마다 색이 달라지는 투명한 꼬리에서 쉬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꼬리 위쪽 하반신은 밤바다처럼 검으면서도 꼬리처럼 색색의 빛을 내는 비늘이 뒤덮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져 보니 매끄럽고 단단했다. 무녀가 홀린 듯이 비늘을 쓰다듬자 바닷속에서 얼굴을 내민 상서로운 존재가 소리 없이 웃음을 터트렸다. 함부로 만진 게 부끄러워 얼굴이 불타올랐는데, 해맑게 웃는 얼굴을 본 순간 열기가 온몸으로 옮겨붙은 듯 너무 더워졌다. 자신에게 이렇게 웃어 준 존재가 있었던가? 마음이 떨려 오고 눈이 멀 것 같았다.
p. 17
무녀는 사람과 바다를 이어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려서는 안 됐다. 사람이라기보다 마을 중앙에 있는 거대한 소나무나 그 옆에 있는 우물처럼 귀하고 중요한 무언가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취급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감내하고 이겨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무녀라서, 혼자라서 느끼는 괴로움과 외로움, 서글픔까지도 모두 자신을 성장시켜 줄 밑거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했다.
p. 24
“내가 그렇게 좋아?”
“응. 내 목숨보다 더. 영원히 사랑할 거야.”
“영원은 없어.”
“내가 있다는 거 알려 줄게.”
… 이번에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거다. 아직도 도망가라는 소리가, 마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 채 물속으로 가라앉는 사이 점점 멀어졌던 그 비통한 소리가 시시때때로 들린다. 이번에는 절대 마리를 혼자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지는 마리의 얼굴을 잡고 키스했다.
“사랑해.”
p. 61
저 사람은 죽어도 마땅한 사람인가? 남자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든지, 어쨌든 친절하게 마리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남자는 자신을 끌어안고 조금 쓰다듬기만 했을 뿐 아직 별다른 일은 벌이지 않았고, 끝까지 별일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남자가 자신을 얌전히 놔준다고 해서 자신이 느꼈던 공포가 사라지는 걸까? 그리고 정말, 결국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을까?
p. 72

사랑해선 안 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재가 되다’, ‘물거품이 되다’. 어떠한 일이 허사로 돌아갔다는 의미의 관용어구다. 《재와 물거품》의 주인공 마리와 수아에게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 그 이상이다. 이들은 문자 그대로 재가 되고 물거품이 되기를 불사한다.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인데, 이렇듯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는 까닭은 마리와 수아가 정반대편에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상반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리는 섬에 사는 무녀로, 바다신께 기원을 드려 섬사람들의 뱃일이 무탈하도록 돕는다. 무녀의 아이는 다음 대 무녀가 되니 언젠가는 남자와 맺어져야 한다. 그런데 마리는 여자와, 심지어 인간도 아닌 인어와 사랑에 빠진다. 섬사람들은 둘의 사이를 용인하지 않는다. 인어인 수아가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의 신망을 얻은 뒤에도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한 냉대는 여전하다. 마리는 인간에 대한 증오를 쌓아 가지만, 본디 바다와 바다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을 위해 태어난 수아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두 시선은 결국 갈등을 빚게 되는데 물을 다루는 수아와 불을 다루는 마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힘을 상쇄시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품은 마음이 너무나 깊다. 사람들로부터 소외된 자신에게 눈을 맞추고 애정을 쏟는 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모습과 함께하는 시간을 묘사하는 마리와 수아의 감각적인 언어는 자신이 얼마나 고혹적인 상대에게 영혼을 빼앗겼는지 섬세하게 묘사한다. 서로의 성격과 능력과 주변 환경이 모두 둘 사이를 말리는 것만 같아도, 마리와 수아는 어딘가에 돌파구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추진력으로 삼아 거침없이 나아간다.

나를 지키고 남을 위할 때 얻게 되는 것

《재와 물거품》은 판타지 로맨스의 외피를 두르고 소수자와 약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동성을 사랑하는, 젊은, 여자. 이 중 한 가지에만 해당해도 갖가지 멸시를 당한다. 세 가지에 모두 해당하는 주인공들의 처지야 말할 것도 없다. 매력적인 존재에게 끌리는 마음은 저절로 일어나며 연령과 성별은 뜻대로 바꾸지 못한다. 그럼에도 무례한 남자들은 마리와 수아의 곁을 함부로 넘보고, 입방아 찧기를 즐기는 이웃은 두 사람이 파렴치한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며 거리를 둔다. 그저 타고난 대로 살아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마리와 수아는 자기 아닌 다른 존재가 되려 하지 않는다. 바꿀 수 없는 것에 몰두해 봐야 헛일이다. 둘은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보다 ‘이런 나로서 상대를 행복하게 해 줄 방법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춘다. 어쩌면 그 덕분에 《재와 물거품》의 독특한 구성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각 장에서 마리와 수아는 비슷한 악조건을 배경에 두고 사랑을 지키려 하는데, 새로운 장이 시작될 때마다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꺼내 든다. 그리하여 새로운 장마다 작은 변화와 뜻밖의 결말이 기다리는 흥미로운 구성의 이야기가 탄생했다.
마리와 수아가 아무리 변화를 시도해도 각자가 지닌 한계가 있으니 둘은 결국 재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걸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는 인어가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결말로 유명하지만, 실제 작품 속 인어는 짝사랑하던 왕자와 그의 배우자인 공주의 행복을 빌어 주고 불멸의 영혼을 약속받는다. 보답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을 아꼈던 마음을 위로받은 셈이다. 《재와 물거품》의 두 주인공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 또한 상처를 가득 안고도 누군가를 위로하는 데 이른다. 그곳으로 어떻게 나아갔는지 직접 확인해 본다면, 우리도 또다시 다른 이에게 손을 내밀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