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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Teo

직함
스토리 PD
입사
2018/09/01
명함 속 한 줄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드리지요.” — 아다치 미츠루, 만화 <H2>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어떤 이유로 안전가옥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A. 장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이야기는 더더욱 좋아하고요. 이건 특별한 게 없는 일반적인 취향입니다만, 어찌됐든 아주 오랫동안 장르문학 또는 서브컬쳐가 수면 위로 올라오길 바랐습니다. 메인스트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선입견, 편견,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바꿀 수 있는 장르 문화가 만들어지길 바란 것이지요. 그러다 안전가옥에 와보니 이곳에서 그런 것이 곧 만들어질 거란 기운을 느꼈습니다. (네, 진짜입니다.)
좋아하는 건 일로 하지 말고 취미로 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전가옥은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이 다 있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채용공고가 없음에도 적극적으로 찾아왔고요. (살아오면서 그런 적이 거의 없습니다.) 다행히랄까, 지금 안전가옥 라운지에 앉아서 이 인터뷰를 쓰고 있습니다.
Q.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 다 있는 곳이 안전가옥이라니! 테오가 그간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A.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 취재하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글을 책으로 만들기 위한 기획을 하고, 결국 책도 만들어봤습니다. 문자로 나열해보니 너무 압축적이네요. 많은 에디터, 기획자들도 거의 비슷한 일을 해왔을텐데요. 조금 남다른 것이라면 글 자체, 출판물 자체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이것이 어떻게 의미를 얻을 수 있을까, 거기에 재미는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정전(canon)과 트렌드가 조화를 이룬, 그래서 시대와 세대를 간단히 뛰어넘는 작품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걸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나름 답을 내보려고 여러 활동을 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최근까지는 단행본 시리즈를 기획해서, 작가를 섭외하고 책을 만들어 세상에 내보였습니다.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어려웠고, 가장 보람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Q. 현재 안전가옥에서 하고 계시는 일은 어떤 건가요?
A. 지금 현재 스토리 PD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두 번째 스토리PD 입니다. 안전가옥이 추구하는 이야기, 그리고 확장성이 있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가다듬고, 세상에 내보이는 역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도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어 대중에게 선보였었는데 안전가옥에서도 역시 좋은 작가를 발굴 혹은 협업하여 안전가옥 픽션 그리고 앤솔로지 출판물이라는 보다 직접적인 결과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금 욕심이 있다면 그동안 만들어보지 못한 책을 잘 만들어서 책만 봐도 ‘안전가옥’스럽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네요.
Q. 안전가옥 멤버들은 명함에 저마다 다른 ‘작품 속 한 줄’을 적죠! 테오 명함에 들어있는 ‘작품 속 한 줄’은 무엇인가요?
바로 이 장면
“타임아웃이 없는 시합의 재미를 가르쳐 드리지요.” 아다치 미츠루, 만화 <H2>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 단장 역의 브래드 피트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입니다.“ 야구가 어떻게 로맨틱하지 않을 수가 있어. (It’s hard not to be romantic about baseball.)”
그 말을 듣고, 야구는 정말 우아하고 감상적인 스포츠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야구는 다른 경기에 비해 평균적으로 더 길죠, 공과 공 사이, 타자와 타자 사이, 공격과 수비가 교대하는 사이, 투수를 교체하고, 타자를 교체하는 사이. 이 사이는 어쩌면 야구를 지루하게 보이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백이 야구의 독특한 리듬과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아주 진부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데요. ‘야구는 인생을 닮았다’라는 표현 입니다. 쉬지 않고 달리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임. 결국 시간에 의해 승부가 끝이 날 수밖에 없는 스포츠가 아니라, 공 하나마다 새로운 승부가 시작되고 그 사이의 쉼마다 삶을 즐기고 음미하는 야구는 진짜 인생과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타임아웃이 언제인지 모르니까. 그래서 끝날 때까진 결코 끝난 게 아니기에 미리 포기하거나, 좌절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야구는 말합니다. 더 말하면 교훈적인 이야기로 결말이 날 듯하여 이쯤에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