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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드러머 걸] 첩보 활동, 스파이 소설 계보 찾기

주제
리틀드러머걸
스파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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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리틀 드러머 걸>의 공개를 맞아 안전가옥에서 진행했던 <리틀 드러머 걸> 살롱 행사와 함께 공개한 스파이 소설 계보에 대한 매거진입니다.
베일에 싸인 신분, 비밀스러운 임무,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결코 여유를 잃지 않고, 위험을 헤쳐 나가는 능력. 지금껏 스파이는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매체에서 매력적인 모습으로 등장해왔다. 하지만 스파이의 대명사, 007도 첫 시작은 소설이었다. 유독 영상화가 많이 되는 스파이소설 장르의 주요 흐름을,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공개에 맞춰 살펴보고자 한다.​

스파이소설, 어떻게 시작되었나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빠질 수 없으며 전쟁마다 어두운 곳에서 첩보와 암투를 벌이던 스파이도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구약성서 여호수아에도 여리고성에서 활동한 스파이들(성서에서는 정탐꾼)의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전쟁사에서 스파이의 역사는 길다. 그렇기에 당연히 이들을 다룬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파이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에 대해 간단히 정의하자면 ‘스파이가 주인공이거나, 스파이 활동이 중요한 맥락이나 줄거리 장치로 포함하는 문학의 장르로 20세기 초에 등장’ 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데, 원래 스파이소설은 미스터리(추리) 소설의 하위 장르로 출발했다. 스파이소설(or 첩보소설)로 확실히 구분된 건 꽤 시간이 흐르고 작품 수가 많아지면서지만 모든 시작은 장르의 원형을 만든 작품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파이소설의 효시라고 불릴 작품으로 <암흑의 핵심>의 작가이자, 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인 조셉 콘라드의 <비밀 요원> (원제 The Secret Agent, 1907) 이 있다. 1907년 발표된 이 작품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숨 막히는 첩보전이나 요원들의 비정한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갈등과 위선과 허위의식을 형상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심리적이고 정치적인 스파이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액션보다는 심리에 집중되어 있는 이 작품은 이후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의 씨앗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스파이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버컨의 <39계단> (원제 The 39 Steps, 1915)이 있다. 근대 스파이 스릴러물의 원조 격인 <39계단>은 비밀 침투를 통해 영국에 공습을 시도하려는 독일 스파이와 비밀 단체의 음모를 다룬 작품으로 자동차 경주, 정교한 변장, 재앙을 막기 위한 다급한 요청 등 일종의 스파이 스릴러 장르의 공식을 만들어냈고, 1935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에 의해 첫 번째로 영화화되었으며 이후로도 두 차례에 걸쳐 영화가 제작되었으며 연극 및 뮤지컬로도 그 범위를 넓힌 스파이소설 장르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후로 <달과 6펜스>로 영국을 대표하는 문호 서머싯 몸의 <어센덴> (원제 Ashenden, 1928)과 그레이엄 그린의 <제3의 사나이> (원제 The Third Man, 1949)으로 스파이소설의 전통이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어센덴>은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제3의 사나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진행된 이야기로 두 작품 모두 통속소설이라기보다 스파이소설의 문학적 차원을 높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두 작가는 실제 첩보원 활동을 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 서머싯 몸과 그레이엄 그린의 스파이소설 작품들은 장르적으로는 특이 케이스로 분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첫 문단에서 정의했던 스파이소설의 전형을 구축한 작가로 에릭 앰블러를 꼽을 수 있다. 존 버컨의 영향을 가장 잘 흡수하여 현재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스파이소설 장르 탄생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알려져 있는 그의 대표 작품으로는 <어느 스파이의 묘비명>(원제 Epitaph for a Spy, 1938) 이 있다.

007, 제임스 본드 그리고 이언 플레밍

디어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본드, 제임스 본드”의 등장 차례이다. 코드네임 007이라 불리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는 누군가에겐 숀 코너리, 누군가에겐 피어스 브로스넌으로, 최근에는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배우의 얼굴로 기억될 텐데 스파이소설에 있어 가장 기념비적인 007 시리즈는 실제 영국 정보부 소속으로 스파이 활동을 경험해 본 작가 이언 플레밍의 손끝에서 탄생되었다.
<카지노 로얄>
<죽느냐 사느냐>
<나를 사랑한 스파이>
007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영화로도 익히 알려진 <카지노 로얄>(원제 Casino Royale, 1952)로 1952년에 출판되었다. 이후로 이언 플레밍이 사망하기 전까지 007시리즈는 14편의 장편 시리즈와 8편의 단편이 쓰였다. 플레밍은 자신의 소설이 스파이소설이라기보단 일종의 모험소설이자 새로운 형태의 하드보일드 소설이길 바랐는데, 본드의 활약에 있어 모험이 강조되고, 영웅적 역할이 돋보이게 된 건 62년부터 만들어진 영화로의 각색 덕분이었다.
<퀀텀 오브 솔러스>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소설 자체는 영화보다 섬세하고, 차갑고, 세련된 프로페셔널한 스파이로서의 제임스 본드가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접한 독자들 대부분이 소설을 뒤늦게 접하고 이미지와 다른 제임스 본드에 당황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꽤 있다.
영화처럼 유머러스하며 로맨틱한 스파이를 기대한다면 이언 플레밍 재단과 손잡고 새로운 007 시리즈를 집필한 제프리 디버의 <카르트 블랑슈>(원제 Carte Blanche 2011)가 있다. 첨단 무기와 최신형 본드카로 무장한 제임스 본드가 영화와 똑같이 다이내믹한 액션을 펼치는 작품이다.
* 펭귄북스에서 새롭게 디자인한 Penguin007 시리즈는 14권 모두 표지에 본드걸이 등장한다. 국내에는 총 여섯 권(장편 5권, 단편 1권)만 번역되어 나왔으며, 영화보다 인기가 없어서인지 이후 시리즈의 번역 소식은 없다.

가장 리얼한 스파이소설, 존 르 카레

007 시리즈가 첩보전의 낭만과 영웅적인 첩보원의 세계를 그렸다면, 이언 플레밍의 뒤를 바로 잇는 존 르 카레는 냉전시대의 첩보전이란 대체 무엇인가를 무척 리얼하게, 그리고 잔인하게 그려낸다. 일반적인 스파이소설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하나는 냉혹한 첩보전의 세계에서 파괴되거나 몰락하는 인간성, 또 하나는 냉혹하고 복잡한 국제 정세를 스파이의 활동을 통해 예리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존 르 카레의 작품들은 이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면서 그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는데, 세 번째 작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원제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1963) 가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 영국 정보국 비밀 정보부인 SIS(통칭 ‘서비스’) 소속 요원이었던 존 르 카레는 전업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2009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열린책들, 2005
<스마일리의 사람들>, RHK, 2013
<리틀 드러머 걸>, RHK, 2014
연달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와 <스마일리의 사람들>과 같은 스마일리 3부작, 카롤라 3부작 등 걸작을 선보였으며,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출간된 지 20년 후 1983년 <리틀 드러머 걸>(원제 The Little Drummer Girl, 1983) 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이스라엘 정보부의 비밀 작전에 투입된 배우 찰리를 다룬 이야기로 2018년 박찬욱 감독이 BBC 6부작 드라마 시리즈로 새롭게 영상화했으며, 2019년 3월 왓챠플레이를 통해 감독판이 공개될 예정이다. 존 르 카레는 냉전체제가 종식된 이후에도 시대 상황 및 변화에 맞는 새로운 스파이소설을 계속해서 집필하고 있으며, 각 작품들은 다양한 영화로 제작되고 있어 개별 소설 작품과 영화를 각각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스파이소설들

<본 아이덴티티>, 문학동네, 2011
<본 슈프리머시>, 문학동네, 2012
<본 얼티메이텀>, 문학동네, 2016
파이 소설 장르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로 ‘본 시리즈’가 있다. 007 시리즈처럼 영화로 더 유명한 <본 아이덴티티> (원제 The Bourne Identity, 1980),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본 3부작은 로버트 러들럼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다.
더불어 더욱 긴장감 넘치고, 강력한 스파이 세계를 다룬 작품으로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자칼의 날>(원제 The Day Of The Jackal, 1972)이 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을 역사적으로 재구성한 팩션으로 프로 킬러 ‘자칼’의 철두철미한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냈으며, 이 작품 역시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런 흥미진진한 스파이소설의 세계는 미국에서 더욱 스케일이 커지며 화려하게 꽃을 피우게 되는데 이런 흐름을 이끈 작가가 바로 톰 클랜시이다.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 명령> 등 CIA 전력분석관 잭 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시리즈는 역시 영화화되어 많은 관객과 만났다. 톰 클랜시가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린 후에 등장한 작가로 빈스 플린이 있는데 <권력의 이동>을 필두로 한 ‘미치 랩’ 시리즈를 통해 이 스파이소설 장르의 계보는 이은 작가가 되었다. CIA 비밀 대테러부대 요원인 미치 랩은 잭 바우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 <24>시리즈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2013년 전립선 암으로 요절했다.
가장 최근 이 장르를 이끌고 있는 시리즈로 <아이 앰 필그림>(원제 I AM Pilgrim, 2014)이 있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시나리오 작가였던 테리 헤이스가 ‘시나리오 작가’직을 내려놓고 소설가로 첫 발을 내디딘 데뷔작 <아이 앰 필그림>은 코드명 ‘필그림’을 지닌 인물과 더불어 다양한 인물들 간의 심리와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동시에 지닌 작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화 <킹스맨>의 감독 매튜 본이 연출을 맡아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사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도 첩보전은 대단히 흥미로운 소재다. 하지만 영화의 <쉬리>, <강철 비>, <공작> 등 다양하게 다루어진 것에 비하면 소설에서는 특별히 언급되는 작품이 없었다. 이제는 첩보전이 단순히 국가 간의 암투가 아니라 기업 간의 경쟁과 각양각색의 테러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적인 정보 수집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스파이소설은 여전히 미개척지이지만 분명 좋은 스파이소설이 나올 토대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앞서 소개된 여러 스파이소설의 계보를 잇는 좋은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글. Teo(윤성훈) "한국 최초의 스파이 이야기는 자명고를 둘러싼 세기의 첩보 로맨스,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일까요? 정확한 최초 스파이 이야기를 알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첩보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한국에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그리스에는 <트로이의 목마>. 스파이 이야기의 세계는 넓고도 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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