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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란

주로 집필하는 장르
SF
안전가옥과의 협업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가제) 개발 중
명함 속 한 줄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 아서 C. 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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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란
2018 겨울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대멸종 앤솔로지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이후 수상작인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을 안전가옥과 함께 장편소설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품 활동
작품명
포맷
비고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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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앤솔로지 참여
2018 겨울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앤솔로지 부문 수상 / 수상집 앤솔로지 《대멸종》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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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2019. 07)
"하나의 장르로 설명할 수 없는데, 이게 제 색깔인 것 같아요."
‘이 세계에는 저승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시아란 작가의 단편소설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 시놉시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하지만 소설의 장르는 SF에 가깝다고 하는데요.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SF라니, 소설을 처음 읽은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그 뻔뻔함에 한 번 반했고, 소설의 논리와 정합성에 두 번 반했습니다.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은 2019 겨울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했으며 소설은 앤솔로지 《대멸종》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안전가옥은 이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만히 둘 수 없었고, 결국 안전가옥 스토리 PD 신은 작가에게 ‘단편소설을 장편소설로 개발하자’는 제안을 드렸습니다. 안전가옥 작품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 중인 시아란 작가를 만나 평소 취향과 작품의 독특함에 대해 물었습니다.
*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 2019 겨울 앤솔로지, 대멸종 부문 수상작 발표 (링크)
Q. 전업작가는 아니시잖아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시죠?
IT 회사의 기술 R&D 관련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요. 워낙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는지라 직무를 특정해서 설명드리기가 참 어렵네요. 제가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가 있는데, 그걸 믿고서 회사에서 맡겨 주는 다양한 업무들을 바쁘게 해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공학 박사라니… 그러고 보니 작가님의 첫 소설 《이진수에게는 어려운 문제》가 ‘공과계 청소년 소설’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사실 《이진수에게는 어려운 문제》는 장르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소설이에요. 처음 의도했던 장르와 읽은 사람들이 느낀 장르가 달랐거든요. 처음엔 라이트노벨이라고 생각하며 썼어요. 라이트노벨 공모전을 노리고 썼다가 이후에 동인지로 자비출판을 했고요.
그런데 주변 감상을 들으면서 이 소설이 전형적인 라이트노벨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서브컬처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 성도 부족하고요. 대신 청소년 성장 서사를 좋게 봐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공과계 청소년 소설’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주인공 ‘이진수’가 이공계 청소년이거든요.
Q. 장르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게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과도 비슷하네요. 이게 작가님만의 색깔 같기도 하고요.
어쩌면 당연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이건 어떤 장르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쓴 것이 아니거든요. 그저 ‘이런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해서 썼을 뿐이에요. 사실 이런 식으로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정말 많아요. 떠올랐다가 없어지는 이야기들 중에 완성된 결과물로 맺어지는 건 정말 극소수인데,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은 여러 가지 경우가 잘 맞았던 거죠.
Q.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끝까지 끌고 갈 수 있게 해준 계기들이 있었어요. 처음엔 이 소설도 다른 이야기들처럼 소위 말하는 ‘썰’의 형태가 전부였어요. 가끔 떠오르는 재밌는 상상이나 장면 같은 거 있잖아요. 제가 그런 게 생기면 트위터 같은 곳에 올려두곤 하는데요, 그중 하나였어요.
제가 애청하는 유튜브 과학 채널에서 우주 방사선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니 저것 때문에 지구가 홀라당 망하면, 망한 건 둘째 치고 죽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나’ 싶더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미어터지는 저승, 그래서 저승 자체가 혼잡해서 난리가 나는 상황이 떠오르더라고요. 이걸 이야기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떠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만 있다가 작년에 SF 컨벤션에 갔는데, 거기서 SF 속 세계 멸망에 대한 김창규 작가님의 강연을 들었어요. 그걸 들으면서 이 이야기는 써먹을 수 있겠다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같은 행사에서 안전가옥 공모전을 홍보하는 리플렛을 보게 된 거죠.
Q. 이야기가 참 본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저승은 존재하고, 지구는 멸망했다.’ 누군가는 그 논리를 궁금해할 수 있지만, 그 궁금증이 무색해질 만큼 이후 저승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주 논리적이잖아요.
그래서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도 장르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SF? 판타지? 글쎄요. 굳이 어느 하나에 넣자면 SF에 가까운 것 같긴 해요. 판타지를 메인으로 보기에 이 소설은 디테일이 많아요.
SF를 기준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SF 소설에 외계행성이 나온다고 해서 그 존재가 실증되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런 식으로 저승이라 해도 그 자체의 존재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전제를 깔아두고 시작하는 SF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
Q. 맞네요. 그렇게 읽었을 때 작품의 맛이 사는 것 같아요.
그 이유를 만들려고 애를 많이 썼거든요. 저승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승은 규명되어있지 않고 어쩌면 실존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법칙으로는 성립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소설에 이런 설정이 있어요. ‘지상에서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면 저승도 소멸한다.’ 이런 법칙은 소설 밖에선 검증할 수 없지만, 적어도 소설 안에서는 검증할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어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한 번에 저승에 보냈을 때, 그 저승이 사라지면 참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반증이 가능한 거죠.
보통 종교적이거나 환상적인 설정들은 항상 ‘검증 불가능성’을 가져요. 검증이 필요도 없고요. 저는 그런 설정들보다는 반증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게 돼요. 실제로 흔한 판타지 설정들도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아요. 아무리 현실에 없는 것들이라고 하더라도, 작품 내에서는 합리적으로 동작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그런 만큼 내 이야기 속에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Q. 이야기를 만들 때 조사도 철저히 하는 편인가요?
자료 조사나 고증에 많이 얽매이는 편은 아니지만, ‘말이 되는’ 논리구조를 갖춘 법칙과 설정을 만드는 게 좋아요. 왜 그런 법칙이 있는지는 모르겠어도 일단 그 법칙이 존재한다면 그 안에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렇게 말이 되도록 만들다 보면 자연히 자료를 찾아보면서 필요한 근거들을 모아 나가게 되곤 해요. 주로 조사 수단은 인터넷이지만, 되도록 폭넓은 자료를 손에 쥐려고 하는 편이에요. 정말 필요하면 관련 도서를 사는 경우도 있고요.
Q. 엇, 이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작가님 포트폴리오 사이트에서 본 여러 가지 가상 세계 프로젝트가 떠오르네요.
제가 세계관 짜는 걸 좋아해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마련해 놓고, 그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상상하곤 해요. 여러 경로로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몇 차례 가상 세계를 만드는 작업을 의뢰받아서 진행해본 적도 있고요. 가상 지도의 경우에 실제 상업적인 의뢰를 받아서 공개된 건 두 건이지만, 그 이외에 개인적인 작업물이나 공개하지 않은 작업물들이 더 있어요.
지도뿐 아니라 역사나 언어 같은 것까지 하나하나 만들어서 채워 넣는 게 즐거워요. 머릿속에 작은 디오라마 정원을 만드는 기분이고요. 이 과정에서 언제나 신경 쓰는 건, ‘그래서 이게 말이 되는가’ 고요. 대체 역사물 설정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현실과 다른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세계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하고, 그러면 경제도 거기 맞춰서 변화해야 하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이어가면서 생각을 계속해 나가요. 그것만으로도 즐겁고 흥미로울 때가 있어요.
* 시아란 작가 포트폴리오 사이트 (링크)
Q. 그 둘 말고도 다른 프로젝트들도 있던데요!
다 취미로 깨작깨작한 것뿐인걸요. 창작 프로젝트로 굿즈도 만들었어요. 제가 살짝 철도 덕후인데 어느 날 ‘마스킹 테이프 위에 열차를 올리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마스킹 테이프도 있고.. 아, 학술 논문을 소재로 만든 아크릴 장식품도 있네요. 자기 소설에 직접 PV를 만들어 보기도 했어요. 노래도 직접 써서 전문 작곡가님의 편곡을 받아 올렸고요. 포트폴리오 사이트에 모아 놓고 있으니까, 구경해 주시면 기쁠 거예요.
Q. 작가님은 취미라지만, 회사까지 다니시는 분이 무언갈 계속 만드시는 게 대단해요.
기본적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음 뭐랄까, 바라는 게 있는데 그게 세상에 없으면 제가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할까요? 저도 제가 원하는 물건이 그대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으면 편하게 주문해서 쓰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물건이 세상에 있을 법 한데’ 하고 열심히 찾아보면 기성품이 없는 거예요. 그러면 스트레스를 받고요. 그때 여건과 능력이 되면 아예 만들어 버리는 거죠. 원하는 모양대로 나오면 비로소 흡족해지고요...
Q. 실행력이 엄청나신데요...?
실행력이라고 말하기엔 정말 부끄러운 게, 저는 상상 이상으로 게으른 사람입니다. 노는 것도 좋아하고, 집에 널브러져 있는 것도 좋아하고... 머릿속엔 만들고 싶은 게 더 많은데 생각만 많고 진짜 착수하는 건 극히 일부예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도 문제가 되지만, 가장 큰 적은 귀찮음이죠.
Q. 작가님의 기준이 높으신 거 아닌가요!
사실 약간 완벽주의 기질도 있어요. 일단 하려면 스스로 만족할 만큼 잘 해야 하고요.(웃음) 그런 높은 기준이, 착수에 이르기까지의 귀찮음을 증폭시키는 면도 없지 않네요.
Q. 그럼 직접 만드는 취미 말고, 보는 취미도 들려주세요. 어떤 콘텐츠 좋아하세요?
책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소설이나 만화책을 실물 도서로 꾸준히 사서 보는 타입인데요. 장르도 안 가려요. 어렸을 때부터 책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고, 최근에 와서 영상 콘텐츠보다 좀 더 정을 붙이게 된 측면도 있어요. 한 번 크게 시간을 들이지 않고서도 서사성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으니까요. 영화를 예로 들면 일부러 극장까지 나가야 하고, 한 번 보면 2시간 정도 전념해서 시간을 할애해야 되다 보니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책은 그에 비해서 자기 전에 조금씩 읽어 나가면 되니까 편하죠.
문제는 지금 봐야 하는 책이 너무 많아서… 집에 가면 침대 머리맡에 책장이 있는데, 거기가 ‘안 본 책 서가’거든요. 책을 좀 더 읽으려고 일부러 거기에 두는데, 지금 엄청 쌓여있네요. 이러고도 신간을 또 잔뜩 주문하게 될 게 뻔하고요. 빚지는 기분이네요. 요즘은 전자책이나 웹소설 영업도 종종 받는데, 마음은 솔깃하면서도 시간과 여유가 부족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어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즐기고 싶은데, 여력이 미치지 못하는 게 가끔은 속상하기까지 하네요.
Q. 단편소설이었던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을 장편소설로 개발 중이시죠. 스토리 PD 신과 함께 하는 작품 개발 프로세스는 어떤가요?
작가분들마다 스타일이 다르실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저는 창작 작업을 하면서도 목적의식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쉽게 지치고 결국 포기하게 되거든요.
이번에 공모전을 앞두고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을 쓰면서도, 자신이 없어지고 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든다고 느껴지는 타이밍들이 있었어요. 이래서 재밌을 수 있을까, 너무 밋밋하지 않나 싶은 거죠.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결국 작품을 미완인 채 던져 버리게 되는데, 마감 날자가 정해져 있는 단편 소설이었으니까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었죠.
하지만 장편은 정말 큰 노력이 필요하고, 혼자서 그 노력을 유지할 자신이 사실 없었어요. 하지만 작품 개발 프로세스가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목적의식을 세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와 함께 미팅을 가지고 이야기 나누면서 작업을 해 나간다는 게 정말 큰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안 그랬으면 내가 뭐하고 있나 하고 진작에 던져버렸을 지도 몰라요.
Q. 스토리 PD 신의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되고 있군요!​
정말 많은 도움이 돼요. 피드백 자체도 그렇지만, 개발 미팅에서 신을 만나 같이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주제를 들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곁가지로 아이디어가 뻗어나가요. 그게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혼자 머리를 싸매는 것과 차원이 달라요. 대화의 틈새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있는데, 이건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Q. 신은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의 매력이 뭐라시던가요?
​‘뻔뻔함’이요. ‘여기 저승이 있다고 볼게’하고 시작하는 게 매력이라고 하세요. 제가 법칙을 꼼꼼하게 따지는 편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작품 내적으로 개연성만 맞아 들어가고 있다면, 지나치게 사료나 현실성에 얽매이지 않고 조금쯤은 무리수를 둬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세요. 저승의 모습이라든가, 우주 방사선에 대한 디테일 같은 부분들에서요.
장편소설로 개발하면서 제가 쓴 트리트먼트 초고를 보시고는, 일단 일을 저질러 놓고 보는 쾌감이 있지만 여러 가지 캐릭터들이 겪어야 하는 난관들은 체계적으로 촘촘하게 잘 짜여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Q. 장편소설 《저승 최후의 날에 대한 기록》은 단편소설 버전과 어떤 부분에서 가장 다른가요?
단편소설엔 인물이 없고 사건만 있었어요. 인물들은 전부 역할로만 등장하면서, 사건 진행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측면이 있었죠. 장편소설을 만들면서는 이름이 있고 성격과 서사가 있는 인물들을 새롭게 만들어 넣고 있어요. 비록 사후세계라고는 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큰 재해를 맞이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그려 보려고 하고 있고요. 단편에서는 다룰 기회가 없었던 사건이나 감정들도 다루어 보려고 해요. 파생되는 스토리가 정말 풍성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많은 노력을 기하고 있으니,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인터뷰어. Sol(고은비) "이렇게 부지런하고 열심히 쓰시는 작가님이.. 스스로를 게으르다고 하셔서... 저는 몸 둘 바를 몰랐답니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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