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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기대하게 만들어, 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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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첫 번째 월간 안전가옥, 운영멤버들은 "2021년 내가 가장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서점에서, TV에서, 혹은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와 관객을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줄지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데요. 👀 운영멤버들은 그 중 어떤 콘텐츠를 제일 기다리고 있는지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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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펙토 페트로눔!
<아즈카반의 죄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간년도가 2000년이니 (나는 국내 출간되자 마자 봤으니까)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시절이다. 그 전까지 딱히 필살기스러운 마법이 등장하지 않았던 이 시리즈에서 드디어 등장한 ‘레알 필살기’와 같은 그런 주문이었다. 디멘터라는 이상한 악령.. 스멜의 적으로부터 절체 절명의 상황에 처해있을 때 짜잔 하고 발동된다는 그런 설정도 멋졌다. 동물 모양의 무언가가 주문의 결과로 나타나서 대신 싸워준다는 것도 환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걸, 우리 가족은 밥상머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우리 삼남매와 어머니까지 이 책을 전부 읽었던 덕택이었다. 99년 세기말.. 시절에 혜성처럼 등장해 뭇 서점가를 강타했던 <해리포터> 시리즈를, 당시 교육열이 상당했던 우리 어머니는 먼저 접하셨고 우리 삼남매에게 ‘이게 요새 그리 잘나간다더라’ 하며 - 마치 수험생 어머니들이 학원 권하듯 - 권하셨다. 물론 당신께서도 소설 해리포터를 읽으셨기 때문에, 페트로누스 마법에 대해 우리와 토론이 가능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머니가 꽤 열려계셨던 것 같기도 한데, 당시 해외를 강타한 후 한국에 막 상륙한 <해리포터>는 우리가족에게도 신드롬이었다. 초딩이던 막내 동생부터 여동생, 나, 어머니까지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하나의 콘텐츠 그것도 대중 소설로 공감대를 이뤘다는 사실도 재미있었고, 그게 걍 적당히 알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열렬히 좋아하는, 일종의 팬덤에 가까웠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적어도 그 시점의 우리 가족은, 뭐 아주 라이트한 수준의 포터헤드였던 셈이다.
그 때의 기억이 좋다. 밥 먹다가 덤블도어의 말 같지도 않은 채점정책에 대해 불만을 표했던 것도, 히포그리프를 타는게 말을 타는 것에 가까울지 새에 타는 것에 가까울지 고민했던 것도, 리멤브럴이나 펜시브 같은 마법 물건들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얘기했던 것도, 그 때 가족들 (사실상) 전원이 일시적으로나마 포터헤드가 되어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남을 주제가 된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나에게 그래서 그 내재적 재미 여하를 떠나 소중하고 특별한 그런 IP다.
해리의 여정이 (공식적으로) 끝난 뒤 재개된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는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서사도 약하고, 설정이나 캐릭터도 약한 편이고, 뭐 아무튼 여러모로 아쉬웠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난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결심을 한 상태였고, 그건 영화나 서사의 완성도와는 별개였다. 그 영화를 보면, ‘뉴트는 되게 후플푸프 같더라’ 이런 명제를 생각하게만 해도, 그 서사는 페트로누스를 가족들과 이야기하던 나의 일부가 된다.
그 해리포터의 시리즈가, 최근 HBO에서 시리즈로 개발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기사를 뒤져보니 어떠한 계약도, 확정도 이루어진 것이 아닌, 그냥 기획 단계에서 이야기되었다카더라 이정도의 팩트지만 그것만으로도 뭇 포터헤드들이 열광하고 있나보다. 하긴 마블 MCU와 더불어 21세기 들어 가장 성공한 IP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해리포터 시리즈다보니, 그 속편 제작의 가능성이 조금 열린 것 만으로도 뭇 매체들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겠지.
기대된다. 솔직히 신동사 시리즈를 보며 실망했던 것을 비추어보면 그 기대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도 인정하긴 하지만, 그 이야기에 열광했던 시간을 일부로 간직하고 있는 이상 그 기대를 부정할 수는 없다. 소설에서 시작한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가 네임드 OTT에서 재개된다는 것에 업자로서 기대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나와 동생들이 엄마랑 같이 페트로누스 마법에 대해 밥상에서 논쟁할 수 있게 해줬던 이 이야기의 그 다음이, 나는 궁금하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뤽
"부럽네요. 안전가옥도 기획한다는 것 만으로도 세계를 들썩일 수 있는 빅빅 IP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