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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혁명 안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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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멤버
처음 ‘월간 안전가옥’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전달 받았을 때, 저는 이렇게 여쭤보았어요.
“정말 아무 거나 써도 되나요?”
그러자 PD님은 이렇게 답하셨어요.
“네, 작가님이 원하시는 내용으로 아무 거나 쓰셔도 됩니다.”
난감하더군요.
정말 아무거나 써도 되는 건가? 그럼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인물을 찬양 고무해볼까... 따위의 짓궂은 생각을 잠시 했지만, 혹시나 그랬다가 “작가님, 아무리 그래도 이거는 좀 그렇죠!” 소리를 들으면 어쩌나 겁이 나서 그보다는 조금 안전한(?) 주제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사실 다른 아이템이 생각이 안나서… ㅠㅠ)
네, 혁명이요.
자본주의란 뭘까요? 네, 도박이죠. 시장에서 모든 가치는 금액으로 환산되며, 모든 활동은 확률과 베팅의 연속일 뿐이에요. 아무리 복잡한 활동도 결국 ‘지금’ 얼마를 투자해서 ‘미래’에 얼마의 수익을 얻느냐로 환산될 수 있어요. 기업 활동도, 주식 투자도, 저축도, 대출도, 보험도 모두 따지고보면 알 수 없는 미래를 걸고 내기를 벌이는 도박일 뿐이에요.
스포츠 도박의 승부 조작과 주식 사기, 보험 사기의 수법이 완전히 똑같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온갖 최첨단 기법을 동원해도 결국 원리는 하나예요. 조작을 통해 자신이 돈을 따는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거. 승패를 바꾸거나, 주가를 올리거나, 달리는 차에 뛰어들거나. 어디서 어떻게 돈을 따고 잃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네. 세상은 거대한 도박장이죠. 모든 것은 운에 달려있을 뿐이고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요. 풍년이 들어 양파 값이 떨어질지, 지진이 일어나 반도체 값이 폭등할지, 스페이스X의 다음 우주선이 무사히 달에 도착할지, 혹은 지상에서 폭발할지, 내년에 갑자기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원유가 고갈될지 어느 누가 미리 알 수 있을까요. 10년 후에 누가 부자가 되고 누가 가난해질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저 운에 맡기는 거지.
아니라고요? 당신은 열심히 일해서 매달 월급을 받고 있고, 열심히 공부해서 경쟁을 뚫고 직장도 얻었다고요? 당신은 도박이나 베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고요? 맞아요. 당신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참여자조차 아니거든요. 냉정하게 말해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걸 수 있는 판돈도, 질 수 있는 리스크도 없습니다.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자본이라는 판돈을 가진 사람들 뿐이에요. 그건 아주 소수이고요.
모든 것이 우연이라면, 신의 섭리가 낳은 부조리라면. 그저 고스톱 운이 나빠서 태어나기 전부터 판돈을 잃은 것뿐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뻔하지 않나요? 개평을 뜯어내야죠. 그것도 잔뜩. 혁명이 뭐 별 건가요. 화투판 엎고 판돈 나눠가지면 그게 혁명이지.
그런데 정말 혁명은 가능할까요? 투표로 대통령 바꾸는 거 말고 진짜 혁명 말예요. 안타깝게도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보통 혁명이 시작되면 그 다음 단계는 무력의 충돌입니다. 혁명을 억누르려는 권력과 혁명을 완수하려는 시민 쌍방 사이에서 폭력이 발생하게 마련이죠. 그래도 끝까지 가면 대개는 시민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해요. 권력을 탐하는 자들은 소수이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으니까.
지금까지는요.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혁명은 어떨까요? 만약 모 대기업의 회장이 자율경찰로봇을 만들어 광화문을 포위해 버린다면? 혁명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무력보다 한 개인이 보유한 전쟁기계의 무력의 총합이 더 커지게 된다면? 개인의 힘이 나머지 모든 구성원의 힘보다 커지게 된다면, 그때도 혁명은 가능할까요? 어쩌면 우리는 인류 역사상 마지막으로 혁명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몰라요.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누리며 모든 괴로운 노동을 기계에게 떠넘기고 다함께 탱자탱자 행복해질 수 있는 미래가 코앞이에요. 혁명하기만 한다면요.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우린 비참한 실업자가 되어 다같이 굶어죽게 될지도 몰라요. 그날이 오면 때는 이미 한참 늦어 우리는 광장을 가득 채운 전쟁기계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최후를 맞게 되겠죠.
그러니까 결론은,
혁명을 하려거든 지금 당장 하자는 거죠.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파트너 멤버 이경희
"위의 내용을 주제로 소설을 썼다가 쫄딱 망해서 고이 서랍에 넣어둔 사람이 바로 접니다. 근데 또 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