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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주로 집필하는 장르
슈퍼히어로
안전가옥과의 협업
<배우 남나희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가제) 개발 중
명함 속 한 줄
"Take her to the moon for me." — 영화 <인사이드 아웃>
월간 안전가옥 (8월)
월간 안전가옥 (7월)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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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
2018 가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한국 근미래 SF/판타지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수상작인 <배우 남나희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를 안전가옥과 함께 장편소설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품 활동
작품명
포맷
비고
장편소설
2018 가을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원천 스토리 부문 수상
Count1
작가 인터뷰 (2018. 12)
“쓰고 싶은 글을 썼을 뿐인데, 어느새 여성을 이야기하고 있더라고요.”
‘왜 여성 캐릭터는 남성 히어로의 승승장구를 위한 도구로만 소비될까.’ 히어로물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 있나요? 이 물음표가 시발점이 되어 탄생한 히어로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이자 여성이자 히어로인 ‘남나희’. 그가 주인공인 <배우 남나희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는 2018 가을 안전가옥 원천 스토리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 2018 가을 안전가옥 원천 스토리 공모전 수상작 발표 (링크)
1995년 생인 최수진 작가는 요즘의 문제의식을 요즘의 방식으로, 아주 트렌디하게 풀어냅니다. 지금은 당선된 트리트먼트를 안전가옥과 함께 이야기로 개발하는 과정이 한창인데요. 영상 연출을 위한 입시 공부만 해왔을 뿐 소설은 처음이라는 작가. 그가 이야기를 만들며 골몰한 생각들과 앞으로의 지향을 들어봤습니다.
Q.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솔직히, 수상을 예상하셨나요?
처음엔 정말 얼떨떨했어요. 작품을 준비하면서 안전가옥 공모전 설명회에 갔었는데요. 거기서 ‘대상이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을 내주신 창작자에게는 작품 개발을 추가로 제안 드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연락이 왔을 땐 제 작품이 대상은 아니지만 개발의 가능성을 보고 연락을 주신 줄로만 알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제가 대상이더라고요. 그래서 몇 주간 심란할 정도로 기분이 이상했어요.
Q. 대상을 받고 심란하셨다니, 의외의 수상 소감이네요.
지금껏 이야기를 만들어서 성공한 경험이 없었거든요. 영화 연출을 하고 싶어서 대학 입시에 네 번이나 도전했어요. 근데 결과는 다 안 좋았어요. 그렇게 자신감이 별로 없을 때 누군가가 내 작품을 알아봐 준 거잖아요. 그게 감사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심지어 소설을 위한 이야기는 저에게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영상을 전공했고, 꿈은 늘 영화감독이었어요. 입시도 문예 창작과가 아닌 영화/연극 관련 학과를 준비했고요. 그래서 입시를 할 때도 늘 영상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만드는 연습을 했어요.
Q. 소설이 처음이라니! 다른 공모전에 도전한 적은 없으신가요?
네, 없어요. 창작자로서 게으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면 잘 안 쓰는 편이에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떠오르는 인물이 있을 때 이야기를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 억지로 쓰는 건 결과가 다르잖아요. 그래서 정해진 주제로 빠르게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대학 입시가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이번 공모전에서 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공모전 요강에서 ‘한국 배경의 근미래 SF/판타지’라는 말을 보자마자 ‘아,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건 <남정일 공모전>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처음엔 두 공모전 모두에 욕심을 냈었어요. 결국 남정일 공모전은 작품을 마무리하지 못해서 제출에 실패했지만요.
Q. 영상을 위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면 상대적으로 트리트먼트 작성이 수월했겠어요.
소설을 쓰시는 작가님들 중 어떤 분들은 트리트먼트가 낯설다고도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영화를 제작할 때는 시놉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 이렇게 쓰는 것이 당연한 순서이다 보니 저에게 트리트먼트는 확실히 익숙했어요.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기에는 트리트먼트가 편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시나리오나 완성물이 아닌 트리트먼트를 제출하라고 하면 저는 더 좋죠.
* [신스텔러 특별편] 트리트먼트 : 협업을 위한 선전포고 (링크)
Q. 그러면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도 즐겨보시겠어요. 히어로물도 많이 보시나요?
영상물은 좋아하지만 장르를 가리지는 않아요. 장르와 상관없이 마음에 꽂히는 작품을 두고두고 많이 보거든요. 히어로물 중에서는 엑스맨 시리즈가 그랬어요. 판타지나 SF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것 같은 장르라 하더라도 좋은 작품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단면을 잘 담고 있잖아요. 엑스맨 시리즈의 그런 면을 제가 특히 좋아해요. 소수자를 조명하는 방식이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젠가 내 히어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다고 구체화해본 적은 없지만요. 그런데 이렇게 히어로물을 쓰게 되었네요.
Q. 공모전 심사평을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트렌디함과 영상화 가능성, 사회적 문제의식까지 모두 갖춘 슈퍼히어로물.” 작가님도 동의하시나요?
심사위원 분들이 작품의 좋은 점을 잘 캐치해주신 것 같아요. 저 역시 제 작품의 강점은 ‘여성 서사’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전히 세상엔 혐오와 비난이 많지만, 많이 바뀌었고 지금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부터 여성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아마도 제가 작품에 담은 메시지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Q. 여성 서사를 가진 히어로물을 생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입시에서는 객관적으로 잘 만든 이야기를 쓰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늘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의 목표는 대학입시지만, 일단 쓰고 싶은 이야기를 잘 쓰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늘 제가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가 여성의 이야기를 자주 쓰고 있더라고요.
다른 작가님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과 제가 느낀 것을 연결 지으며 이야기를 만드는 편이에요. 최근 들어 페미니즘에 대한 말이 곳곳에서 들리잖아요. 덕분에 제 생각이 많이 바뀌기도 했고, 게다가 여성의 문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니 여성 서사나 다른 여성의 삶을 자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Q. 그럼 이전 작품에서도 여성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만드셨겠어요.
부끄럽지만, 사실 그렇지는 못해요. 한 가지 예로 고등학생 때 영화 동아리에서 만든 <풍기문란>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학교가 추구하는 과격한 상벌점 제도를 비판하고 싶어 쓴 시나리오였는데, 남학생 둘이 주인공이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주인공이 남성일 필요조차 없었지만요.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최악인 부분은 주인공 중 한 명이 음란물을 좋아하는 걸 제가 ‘개구쟁이’로 포장했다는 거예요. 심지어 사귀는 사이도 아닌 여자친구에게 묻지도 않고 뽀뽀를 하는 장면까지 있었죠.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아주 안일하고 권위적인 시나리오를 썼다고 생각해요. 고민 없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게, 정말 부끄러운 부분이 많아요.
Q. 히어로물에는 여성 서사가 특히 드문 만큼, 이야기를 만들 때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아요.
확실히 고민이 부족하거나 창작자가 안일해지면 이야기에 쉽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생각 없이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제가 주로 소비해온 주류의 히어로물 이야기 구조를 따라가고 있더라고요. 대부분의 히어로물은 부계 서사를 따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걸 따르기엔 나희가 계속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려웠지만 그만큼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 [후기] 히어로가 ‘아빠’에게 집착하는 이유 with 심완선 SF 칼럼니스트, dcdc 작가 (링크)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히어로물 구조에 나희의 이야기를 끼워 맞추기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워낙 뚜렷했던 것 같기도 해요. 게다가 이 작품에는 ‘여성 히어로’라는 특징 말고도 기존 히어로물에서 잘 볼 수 없는 몇 가지 설정들이 더해져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든 덫에 제가 자주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요. 그걸 정리하는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Q. 여성, 배우, 슈퍼히어로. 이런 조합은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주 트렌디하게 느껴져요.
사실 초기 아이디어에서 나희는 배우가 아닌 아나운서였어요. 여자 아나운서가 가지고 있는 스테레오타입을 활용하려 했거든요. 게다가 남나희 본인이 히어로가 아니라 히어로의 여자친구였죠. 히어로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납치당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데이트 폭력’을 비판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이야기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직업을 배우로 바꾸고 연인 관계라는 설정도 없애버렸어요. 본인이 슈퍼히어로인, 더 능동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요. 저는 개인의 차별에는 사람들이 공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기 쉬우니까요. 하지만 여배우가 받는 차별은 다들 알면서 무시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Q. 지금 안전가옥과 작품을 개발하고 있는 창작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리세요. 그래서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곳에서만이 아니라 어딜 가도 어린 축에 속하는 나이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제가 가진 정체성이 이야기에 묻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의 삶과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창조하는 도전정신은 부족한 편이에요. 오히려 안정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편이고요. 아무래도 입시를 오래 준비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입시 준비는 정해져 있는 이야기를 잘 쓰는 훈련이니까요.
Q. 안정적인 이야기 구조를 추구하신다고 보기엔 이 작품은 너무 새로운데요?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다른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메시지를 전하는 캐릭터도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안정적으로 쓰고 싶어요. 정해진 틀을 벗어나면 읽는 사람이 이해하기에 어려워지니까요. 난해하거나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글은 제가 지향하는 것과 멀다고 생각해요. 다르게 말하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재밌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Q. 안전가옥 스토리 PD와 함께하는 작품 개발 프로세스는 어떠세요?
사실 입시에 몇 차례나 도전할 만큼 대학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글을 쓸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제가 천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저에게 꼭 필요하거든요.
지금 스토리PD 신과 작품 개발에 함께하고 있는데 제 생각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 주셔서 정말 편해요. 사실 공모전에 원고를 내기 전 몇 주가 저한텐 정말 지옥 같았거든요. 쓰고 싶은 이야기인데도 괴로웠죠. 그런데 지금은 신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같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처음 쓰는 소설이라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막 들어요.
* 안전가옥이 창작자와 협업하는 방법 [작품 개발 프로세스] (링크)
Q. 처음 쓰는 소설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래요. 제가 문장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제가 훈련받은 건 사건 위주로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이었어요. 스스로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이 저를 작가라고 칭하는 게 어색해요. 제가 읽었던 멋진 문장의 책을 쓴 작가들과 저는 거리가 머니까요.
하지만 이런 부분이 안전가옥과 잘 맞는다고 느끼기도 해요. 안전가옥 역시 문장력보다는 이야기 그 자체가 좋은 창작을 추구하니까요. 작품 개발 프로세스에 참여하면서 제가 안전가옥과 잘 맞고, 그렇기 때문에 안전가옥과 작품을 같이 만들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느껴요.
Q. 소설은 처음이신 만큼 앞으로 쓰실 이야기들이 기대돼요. 쓰고 싶은 이야기의 지향점이 있나요?
앞으로 몇 년간은 여성의 이야기를 쓰지 않을까 싶어요. 아직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 까닭도 있지만, 무엇보다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계속 만들고 있어야 하잖아요. 물론 앞으로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올 거라 믿고 있고 지금 쓰고 있는 창작자도 많을 거예요. 그렇다면 저는 그런 분들과 더 깊은 연대감을 느끼고 싶어요.
인터뷰어. Sol(고은비) "인터뷰를 하는 내내 <안전가옥과 찰떡인 작가>를 만나게 된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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