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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플 땐 힙합을 춰.” <언플러그드 보이>

분류
운영멤버
스토리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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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School! 방학이 끝나는 3월을 맞아 운영멤버들은 "나의 학창시절 콘텐츠"에 대해 적었습니다. 라떼는(?) 이 책 안 보면 안 됐다.. 싶은 학창 시절 유행했던 콘텐츠, 예민한 사춘기 시절 나를 사로잡은 그 콘텐츠, 하지만 지금은 밝히기 싫은 그 콘텐츠! 지금의 운영멤버들을 만든 콘텐츠, 어떤 것들이었을까요?
저는 ‘백 투 스쿨’이라고 하면 왠지 90년대가 떠올라요. 아, 80년대 생이라 그렇겠네요. (콜록)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배철수 아저씨가 진행하시는 ‘콘서트 7080’을 슬쩍 보며 난 저 관객들만큼 늙지 않을 것 같았는데... 어느 날 보니 ‘응답하라 1997’을 보며 박수치는 내가 있더라고요. “맞아! 저거! 나도 좋아했어!”
십 대 시절을 생각하면 학폭이나 입시 과열... 보단 입기 싫은 교복 치마&스타킹과 차가운 실내화에 발을 넣어야 했던 추운 겨울이 떠올라요. 여름이 얼마나 편했던지... 아니 왜 그렇게 살아야 했던 겁니까! 뭘 위해서! 라는 생각도 꼬리처럼 따라붙고요. 물론 교실 뒤에 있는 난로 앞에서 팔다리를 있는 힘껏 뻗쳐서 쥐포와 쫀드기를 구워 먹었던 기억도 나고요. 생각하니까 또 먹고 싶네요. (호호) 어린이였을 때부터 줄곧 티비 드라마와 절친으로 지냈고, 십대 후반에는 영화를 보고 인생이 “어? 어...!” 하고 바뀌기도 했는데 그 많은 콘텐츠 중에 뭘 써야 할까 고민이 됐어요. 답을 못 찾으니 진짜 미치게. 짧고 굵게 빠졌던 화투나 벌칙, 인기가요 방청권 쟁탈전 같은 것들만 생각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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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플 땐 떡볶이를 먹어. 힙합을 못 추니까.”
친구와 카톡을 하다가 떠올랐어요. 내 인생의 첫 만화책.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만화책을 돌려볼 때 시큰둥해 있다가 너무 볼 게 없어서 나도 볼까? 하고 빌려 봤던 만화책.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 천계영 작가의 <언플러그드 보이>는 제게 그 자체로 컬쳐쇼크였어요. 지금 봐도 세련된 그림체와 세상에 없는 무해한 남자 현겸이! 힙합을 좋아하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패셔너블했던 현겸이. 풍선껌을 불었던 현겸이... 지율이처럼 현겸이 등에서 날개가 돋아날까 걱정하진 않았지만, 현겸이는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어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느긋한 나른함과 남주라면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상처도 있었고요. (후후) 엄마가 반고호를 좋아해서 반씨와 결혼해 자길 낳았다는 반고호. 그때만 해도 (반기문씨의 등장 이후로는 반씨를 박, 방씨로 잘못 듣는 분들이 거의 없지만요) 등장인물의 이름조차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여장한 현겸이에게 반해서 상사병까지 걸렸던 여명명. 세상 힙하게 미국 가서도 비디오 영상으로 “shit!”을 내뱉던 이락. 신디 크로포드와 점 위치가 같다고 별명이 신디였던 권위적이었던 담임 선생님까지. 줄거리는 딱히 기억나지 않지만, 외롭고 방황하는, 저마다 빛났던 10대 인물들은 기억나요. (선생님 제외)
단행본 두 권에 눈이 휘둥그레진 제게 어떤 친구는 “미친 거 아냐? 이걸 이제 봤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언플러그드 보이>는 메가히트를 친 작품이자 전국을 강타한 핫한 만화였고, 우리는 그 세계에 휩싸였던 것 같아요. <언플러그드 보이>로 만화책에 입문한 후엔 <오디션>, <풀하우스>, <슬램덩크>, <소년탐정 김전일>, <미스터 초밥왕>에 한동안 푹 빠졌어요. 하지만 오래 가진 않더라고요. 주변에 만화책 좀 본다하는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만화책들만 간간히 봤어요. 절친 티비 드라마나 영화가 다시 제 일상의 중심으로 들어왔거든요. 근데 왜 저는 지금 <언플러그드 보이>에 대해 쓰고 있을까요? 아마도 이 작품이 제겐 쌀밥만 먹다가 피자를 먹었을 때의 충격 같은 거여서, 아직도 그날의 그 기분이 생생하게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아요.
천계영 작가님, 멀리서나마 사랑과 응원을 보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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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로빈
"꿈은 없고요, 즐거움을 찾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