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하지 말아요, 부디
좋아합니다, 야구
저는 좋아하는 것이 꽤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야구입니다. 정확히는 야구경기 관람이겠네요. 그중에서도 메이저리그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긴 스토브리그를 거의 끝내고 시범경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레는 시즌의 첫 시작이지요. 그래서 항상 제게 3월은, 봄은 야구와 함께 오는 계절이란 의미가 강합니다. 제 버킷리스트 중에는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을 모두 투어를 해보는 것이 있는데, 아마 가장 이루기 어려운 소원일 거라 예상합니다.
얘기를 덧붙이자면, 제 인생 첫 직관은 8살 때 잠실 외야석이었고 그때 잠실 홈팀들은 LG와 두산이 아니라 MBC 청룡과 OB 베어스였었죠…. 그렇게 평범한 한국야구 팬이었던 저는 박찬호 이후로 열렬한 메이저리그 팬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메이저리그 경기 보기, BA 유망주 TOP100 리스트 챙겨보기, 팬그래프 기록보기, 각종 세이버메트릭스 관련 정보 찾아보기 등 다방면으로 즐긴 지도 거의 20년 차 정도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안 좋아합니다, 반칙
그런데 최근에 아주 심각한 이슈와 사건이 발생했고, 그에 대한 진상 조사와 처벌이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 우승한 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시즌 내내, 혹은 포스트시즌과 월드시리즈까지도 전자기기와 각종 도구, 암호 해독 프로그램까지 동원한 사인훔치기 사건입니다. 특히 사인을 미리 알고 쓰레기통을 크게, 지속적으로 두드려 타자에게 알렸습니다. 휴스턴 타자들은 높은 확률로 어떤 공이 올지 알았고, 특히 승부처에서 쉽게 점수를 냈지요.
일반적인 사인훔치기, 2루 주자가 포수의 사인을 보고 덕아웃에 전달하는 건 아주 오래된 경기의 일부이고, 오히려 그런 점을 통해 야구의 묘미가 더해지는 면이 있는데, 휴스턴이 저지른 사인훔치기는 매우 더티하고, 추악한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아주 집요하게 상대방의 작전을 이용한 정도가 아니라, 미리 알아내서 훔치기를 사용했고,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혹은 그때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고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은 그때 잠깐 그랬다, 지금은 안했다라고 주장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볼 수도 있는 애스트로스 팬에게는 죄송하지만, 처벌이란 것이 너무도 미약합니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은 안했다 정도가 아닌 우린 이미 우승했고, 최고의 선수들이다. 한 마디로 너희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우리의 기록은 없어지지 않고 선수들은 징계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진상이 밝혀진 이후에도 여전히 공식적인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밝히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사인훔치기 사건을 공식적으로 표면으로 올려 진상을 밝히게 한 공익제보자인 선수를 비난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많은 야구팬은 기가 막혀 합니다. 많은 이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휴스턴 선수들을 조롱하고 더욱 큰 처벌을 원하며, 가능하다면 우승 자격도 박탈되기를 바랍니다만 이 모든 걸 총괄하고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무국은 그저 크게 번지지 않기만을 바라는 듯한 태도입니다.
관행이라 하지 말아요, 우리
한국야구도 아니고, 저 멀리 외국 공놀이에 괜히 흥분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휴스턴에서 사인훔치기에 적극 가담한, 한 선수가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비난한 다른 팀 선수에게 잘 모르면 ‘입 닥치고 있어’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야구로 보여주겠다 라고도 했지요.
2017년 당시 몇 년간 부상으로 고생하다, 간신히 마운드에 선 한 투수는 당시 휴스턴을 만나 엄청난 실점을 당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치팅, 사인훔치기는 당연히 진행되었고요. 그 투수는 반칙이 행해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무기력하게 점수를 내줬고, 얼마 안 가 은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올 초, 우리는 이상문학상 사태를 목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사태에 정면으로 마주한 한 작가님의 처절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행해진 잘못들이 고여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관행이라 치부되어 쉽게 넘어간 반칙들을 말이지요.
여러 문제점이 도출되는 시점에 한 단체는 곧바로 ‘시대착오적인 계약 관행으로 명백히 잘못’이지만 ‘이러한 행태가 회원 출판사에 벌어지는지를 살폈으며, 문제되는 것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였습니다.’ 라는 문구가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뒤에 몇 가지 대책과 좋은 말들을 덧붙이긴 했습니다만 결국 관행, 문제없음으로 덮고 가고 싶은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고, 어찌됐든 계속 책을 선보인다면 결국 지나갈 문제라고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도 결국 곧 본격적으로 시작 될테고, 문제제기는 점차 줄어들며 한참 후에는 어쩌면 휴스턴의 승부조작급의 사인훔치기도 관행이라 포장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코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언제까지 반칙을 관행이라며 대충 넘어가며, 그러한 행위로 인해 상처받은 창작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결과물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결국 창작을 포기하게 되는 구조가 계속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정말 간절히 바랍니다.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테오
"관행의 다른 뜻이자 한자어로 관행(觀行)이 있습니다. ‘자기의 본 성품을 밝게 비추어 보는 방법’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부디 관행이 사라지고, 밝게 비추는 관행만이 남기를. 저 또한 업자의 한 사람이자, 한 개인으로서 반칙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