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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피곤하여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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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도 모자라 이제 샴푸향으로까지 연금을 받게 됐다는 그 분의 노래들처럼. 산에 들에 피는 꽃만 보면, 코 끝을 스치는 봄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바로 그 장면, 그 이야기. 2021년 3월 월간 안전가옥의 주제는 '봄에 생각나는 그 콘텐츠' 입니다.
지난 월간 안전가옥에 제가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새로운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꼬리말에 적었었는데요. 다행히도(?) 아직 잘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벌써 11편이나 발송했거든요. 10번 째 레터를 발송하고나면 오픈율과 구독자 증감을 살펴보고 콘텐츠를 재정비하리라..는 원대한 계획을 품었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4월 2일에 발송한 레터에는 장국영과 홍콩, 홍콩 영화에 대한 아무 말을 적었습니다. 장국영의 기일이 4월 1일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제를 그렇게 정했는데, 레터를 쓰느라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찾다 보니 그가 남긴 이 말을 계속 곱씹어 보게 되더라고요.
感情所困無心戀愛世 (감정소곤무심연애세) 마음이 피곤하여 더 이상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고등학생이었고, 그의 전성기에 저는 너무 어린 나이여서 그를 잘 몰랐기 때문에 막연하게 감상적이고, 슬프다, 그런 인상만 받았던 것 같아요. 그 후에 많은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인생이 반드시 호재만 반복하며 아름답게 우상향 하는 그래프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가면서부터 저 말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4월과 봄을 생각하면 또 한 명의 마음이 피곤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의 생일은 4월 8일입니다. 그는 세상에 남길 마지막 목소리로 <우린 봄이 오기 전에> 라는 노래를 불렀어요. 노래를 들으며 가사에 집중하다 보면, 이 노랫말을 쓰면서 했을 생각과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덩달아 마음이 울렁입니다.
날이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는 봄이 되면 추운 날씨에 움츠렸던 마음이 풀려 있던 우울감도 없어질 것만 같지만, 사실 다른 계절에 나타나는 것보다 봄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은 훨씬 더 위험하다고 합니다. 기온과 일조량의 변화가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해서 기분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지기도 하고, 혹자는 봄이 주는 생동감에 오히려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좋은 사람들과 더 오래 지내고, 좋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서로의 피곤한 마음을 돌보고, 함께 햇볕을 받을 수 있는 봄을 생각합니다.
우린 봄이 오기 전에 따뜻하기 전에 한번 볼까요 우린 날이 밝기 전에 모두 잠들었을 때 꼭 만나요 사실은 난 널 바라보는 게 지켜보는 게 좋아 가만히 웃는 널 바라보는 게 그냥 지켜보는 게 편해 바보 같은 말이지만 네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워 네가 날 이해 못한대도 괜찮아 괜찮아 아직 봄이 오기까지는 꽤나 남아 있으니까 사실은 난 또 봄이 오는 게 따뜻해지는 게 싫어 가만히 웃는 널 멀리서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리는데 바보 같은 말이지만 네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워 네가 날 이해 못한대도 괜찮아 괜찮아 아직 봄이 오기까지는 꽤나 남아 있으니까 이번 봄은 예전보다 빨리 온다지요 차갑게 얼은 겨울은 아직 그대로인데 어찌해야 하나 고민 말아요 난 괜찮아요 또 내게도 봄이 오겠죠 난 네 앞에 나서는 게 두려워 혹시 너에게 옮길까 봐 내 눈물 내 슬픔 잊고 내게도 봄이 오면 그땐 그땐 그땐 그땐

월간 안전가옥 한 달에 한 번, 안전가옥 멤버들이 이 달의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운영멤버 클레어
"그때는 항상 지금이라는 것"